'탄핵' 분위기 띄우려던 거야에
맞불 청원 쏟아져 정쟁 도구화
'의원 제명''법사위원장 해임'
정청래 "청문회하자" 강경기조
'더불어민주당에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23일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심사 요건(동의 5만명)을 충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요청 청원에 따른 청문회'를 강행하면서 국민동의 청원게시판이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양상이다. 이 같은 '청원 정쟁'은 정치 혐오 뿐 아니라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초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 탄핵'에 '민주 해산' '정청래 해임'까지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원청원 게시판에서 심사 요건을 충족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청원 일부의 경우 정쟁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의 맞불 성격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이 공개돼 현재 1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지난 11일에 공개된 '민주당 해산' 청구의 동의는 6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청원인은 "민주당은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제질서, 사법권 독립 등에 위배되므로 명백한 위헌 정당"이라고 적었다.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도 함께 요청했다.
야당을 겨냥한 청원이 쏟아진 건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법대로'를 외치며 윤 대통령 탄핵소추 국민청원 청문회를 강행한 점이 배경이 됐다. '정 위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도 요건을 충족해 상임위에 회부됐다. 18일에 공개된 후 닷새 만에 동의 7만명을 넘었고 같은 날 공개된 '국회의원 정청래 제명' 청원은 3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인은 정 의원의 막말 및 품위 훼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인터뷰에서 "정청래 해임청문회를 하자"며 "대신 26일 (2차 대통령 탄핵소추 국민청원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 증인 출석하라. 검사탄핵 청문회도 다 하자"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또 윤 대통령 탄핵소추 청문회를 당초 계획한 두 차례에서 추가로 더 늘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변질된 국민청원… 갈등 조장"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헌법상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고 국민이 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취지에서 지난 2020년 1월 도입된 제도다. 2021년에는 청원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성립요건을 30일 이내 '10만명 이상 동의'에서 '5만명 이상 동의'로 조건을 완화했다. 하지만 최근 '탄핵 청원'을 계기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당초 취지인 민생에 직결되는 입법 청원 등은 등한시 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민청원 제도를 정쟁용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청원제도마저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갈등과 정쟁을 부추기는 제도로 만들고 있다"며 "민주주의 전당을 개그콘서트장으로 만들지 마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청원이 본래의 기능을 잃고 국민간 갈등을 조장하는 제도가 돼버렸다"고 우려한 뒤 "여야가 정치의 문제를 정치의 역량으로 풀 수가 없으니 바깥에서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