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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엔비디아 HBM 공급망 뚫었다…HBM3E 납품 청신호

삼성전자, 엔비디아 HBM 공급망 뚫었다…HBM3E 납품 청신호
삼성전자의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세대 HBM 개발·양산 로드맵
기업명 내용
삼성전자 2024년 상반기 HBM3E 8단 및 12단 양산
2025년 HBM4 개발 및 2026년 양산
SK하이닉스 2024년 3월 HBM3E 8단 양산
2024년 3분기 HBM3E 12단 양산
2025년 HBM4 12단 양산
2026년 HBM4 16단 양산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최대 '큰 손' 엔비디아 공급망에 편입된다. 엔비디아의 HBM3(HBM 4세대) 퀄 테스트(품질 검증) 문턱을 넘으며 삼성전자 기술력이 본궤도에 진입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주도권 탈환의 승부수로 내건 세계 최대 용량 36기가바이트(GB) HBM3E(HBM 5세대) 12단(H) 제품의 퀄 테스트 통과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시장 지형이 바뀌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엔비디아 밸류체인 핵심 축 부상
24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업체 엔비디아의 HBM3 퀄 테스트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퀄 테스트는 해당 제품의 품질이 납품 가능한 수준인지 성능을 시험하는 단계다. 퀄 테스트를 통과하면 본계약 절차를 밟아 본격적인 제품 공급이 시작된다.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HBM 밸류체인의 한 축을 삼성전자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미 HBM3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HBM3는 엔비디아의 저성능 그래픽 GPU인 'H20'에 우선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첨단산업 규제에 대응해 기존 GPU보다 성능을 낮춰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힐 발판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AI용 HBM 양산 체제를 구축해 엔비디아와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53%로 1위, 삼성전자는 38%로, 양사 점유율 격차는 15%p를 나타냈다.

HBM3E 12단도 퀄 테스트 통과 기대감
삼성전자는 HBM3에 이어 HBM3E 퀄 테스트 통과에 총력을 쏟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첫 엔비디아향 HBM3E 12단 납품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36GB 용량의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현재 엔비디아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말부터 대량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 HBM3E 제품은 8단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4분기 HBM3E 12단 양산에 나서 양사 간 주도권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성능과 용량이 향상되는 차세대 AI 칩에는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한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H200'에는 HBM3E 6개가 탑재되는데, 올 3·4분기 출시될 차세대 GPU 블랙웰 기반 'B100'에는 HBM3E 8개가 들어간다.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의 공급망 편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HBM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을 맞아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낮춰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제품 수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외신에서 제기된 엔비디아 HBM3E 납품 테스트 실패 보도를 적극 반박하는 등 HBM3E 퀄 테스트 통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HBM 공급 물량의 2.5배 이상 확대를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생산능력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