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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소비자 피해 없게 해야

휴가철 예약 취소· 환불 등 혼란
이커머스 정산 시스템 개선 필요

[fn사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소비자 피해 없게 해야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유명 온라인쇼핑몰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월간이용자수(MAU)가 800만명을 넘을 정도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다. 결제액은 지난달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자금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두 회사는 이달 초부터 판매자(셀러)에게 약속한 날짜에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판매자는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권은 신용카드 결제도 막았다. 소비자들은 구매나 예약을 취소하고 있으나 환불이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여름휴가철에 맞춰 여행, 항공, 렌터카 등을 예약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그룹이 인수했다. 큐텐은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세운 이커머스 기업이다. 구 대표는 자신이 창업한 G마켓을 2009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해 큰돈을 번 입지전적 인물이다. 큐텐은 인터파크쇼핑, AK몰에 이어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도 인수하며 덩치를 빠르게 불렸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는 큐텐그룹의 무리한 인수, 사업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위시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티몬·위메프 판매대금에서 끌어다 썼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일부 판매자의 정산 지연으로 유동성 악화 우려가 불거졌는데, 쉬쉬하다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적자가 쌓여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구 대표를 비롯해 큐텐그룹 경영진은 이번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대표가 직접 공식 입장을 밝히고, 더 이상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한다. 큐텐 계열사의 국내 파트너 업체가 6만개에 이른다. 정상적으로 판매한 제품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2차, 3차의 정산 지연이 꼬리를 물어 피해가 커질 게 당연하다. 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 정부 유관부처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큐텐그룹의 유동성 위기 조짐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알았다면 자금 유동성이 많은 여름철 휴가와 소비 성수기에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피해를 보는 이런 사달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위원회 등 유관부처가 위메프 등의 유동성, 미정산 피해 규모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태 장기화는 물론 파산신청과 같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갖고 있어야 한다. 2021년 돌려막기식 환불대란으로 수천억원대 피해를 가져온 머지포인트 사태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배운 게 없진 않을 것이다.

대형 인터넷쇼핑몰의 정산구조가 이토록 허술한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문제가 터지자, 제3의 금융회사와 연계하는 에스크로 방식 정산시스템을 8월 중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제서야 도입하는 것도 문제고, 이를 방치한 법·제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30조원에 육박한다. 결제대금이 많은 대형 인터넷쇼핑몰에 이중삼중의 정산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