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약 3년 남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달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새 내각 구성을 파리 올림픽 이후로 미룬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우파 정당들과 연정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로 추정되며 총선에서 이긴 좌파 진영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크롱은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올림픽 휴전"을 언급했다. 그는 새 정부 구성에 대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8월 중순까지는 정부를 바꿀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 33회 파리 올림픽은 오는 26일 개막해 8월 12일 끝난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와 국방, 행정에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정부 수반으로 내각을 조직한 뒤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행정부를 지휘하는 사람은 총리다. 총리는 원칙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관례적으로 의회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총리를 맡는다.
마크롱은 지난 16일 여당(르네상스당) 소속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의 사임을 수락했으나 새로운 정부 구성 전까지 현재 내각 그대로 업무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마크롱은 르네상스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또다시 참패했다. 이달 7일 총선 결과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577석의 프랑스 하원 가운데 182석을 차지해 제 1당에 올랐다. 르네상스당이 이끄는 중도 및 우파 연합 앙상블은 168석으로 2위였다.
NFP는 마크롱의 연설에 앞서 파리시의 루시 카스테트 재무국장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마크롱은 카스테트에 대해 "중요한 건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위한 의회 과반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NFP 내 최대 세력이자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화 전선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X에서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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