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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발전 희생한 남부권…‘가덕도신공항’ 새 엔진 장착" [인터뷰]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인천공항 눈부신 성공의 그림자
남부권 항공물류 시간·비용 늘어
첨단·금융산업 등 유치 ‘걸림돌’
주민 불편 풀고 외국인 유입 기대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 기폭제로
안전 건설·항공생태계 조성 ‘방점’
사업비 13조5천억 대형 프로젝트
여러분야서 안전 입증된 공법 투입
부산거점 항공사 함께 키워야 활력

"수도권 발전 희생한 남부권…‘가덕도신공항’ 새 엔진 장착" [인터뷰]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은 "가덕도신공항이 활성화되기 위해 개항 이전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산=노주섭 기자】 "오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착공에 들어갈 가덕도신공항은 지역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은 25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수도권 과밀화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부산 등 비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집중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국토 균형발전 전략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이 바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해 공단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신공항 건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기관이다. 전체 사업비가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해상 매립을 위해 여러 특수공법이 사용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공정관리가 중요하다. 앞으로 설계가 적절히 이뤄지는지, 설계대로 안전하게 시공되는지 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시행 허가를 받아 공식적인 시행자 지위를 확보했다. 이달 말에는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된 컨소시엄과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건설사업 전반에 대한 안정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부지조성 공사를 위한 사전 준비 역시 차질없이 수행할 계획이다.

―이사장이 생각하는 가덕도신공항의 의미는.

▲현대사회에서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지역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국제여객의 98%가 항공을 통해 오가고 반도체·의약품과 같은 주요 수출 품목들 역시 대부분 항공화물로 운송되는 등 항공 네트워크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렇기에 정부 역시 인천공항 성공을 위해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의 반도체, 제약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인천공항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지방, 특히 남부권 지역민들의 희생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남부권역은 항공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의 열악한 인프라, 노선망 부족 등으로 항공 연결성이 악화됐고, 이는 지역 쇠퇴, 지방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항공 물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에 첨단산업이 들어올리 만무하며 국제 비즈니스 여객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금융, 마이스(MICE)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해상공항 건설에 따른 여러 가지 어려움도 뒤따를텐데.

▲해상공항 건설이 난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적정 공법을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낙동강 하구에 위치해 연약 지반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PBD(Plastic Board Drain·흙 속에 있는 물을 빨리 빼내기 위해 얇은 섬유 재질의 연직배수재를 형성하는 공법) DCM(Deep Cement Mixing·연약지반에 시멘트를 서서히 주입해 지반 자체를 견고하게 만드는 공법)과 같은 전문공법이 활용될 예정인데, 이 두 기술은 해외공항 건설이나 국내 항만 공사 등 여러 분야에 적용돼 안전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해상에 공항을 건설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점도 많다. 바다에 공항을 짓게 되면 항공기 이착륙에 제약이 되는 산이나 건물과 같은 장애물로부터 자유로워 사고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때 발생하는 소음피해도 적어 주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홍콩의 첵랍콕, 일본의 간사이, 하네다 공항 등 해외의 대형공항들이 바다를 매립해 건설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덕도신공항 성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은 안전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은 우리 공단의 역할이다. 하지만 개항 후 가덕도신공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항 이전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지역 항공사 육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항공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실상은 모두 인천공항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김해공항에는 에어부산이라는 지역거점 항공사가 있어 지금까지의 국제여객 증가를 견인해 왔다. 가덕도신공항이 개항되면 부산을 기점으로 여객과 화물을 담당할 여러 지역거점 항공사가 육성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공항도 활성화되고 지역민들의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로 인해 지역민들에게 어떤 체감 효과가 있을지.

▲가덕도신공항은 남부권 지역민들의 삶을 크게 바꿀 것이다. 우선 해외여행을 위해 멀리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없어지게 된다. 또 해외 여러 나라와 노선이 직접 연결됨에 따라 외국인들의 유입도 더욱 증가하고, 이는 첨단산업, 관광, MICE, 금융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신공항이 지어짐으로 인해서 건설 기간 중은 물론 개항 이후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고용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항공사, 공항 공기업, 정부 기관, 면세점, 호텔 등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공항을 중심으로 생겨날 것이다. 부산의 경우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해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러한 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roh12340@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