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인턴인지 수련의(레지던트) 시절이었는지 기억이 가물 한 정도니, 벌써 15년도 더 지난 것 같다. 당시로는 굉장히 특이했던 영화 한 편을 본 기억이 있다. 노회한 부자가 가난한 청년과 게임을 해서 몸을 뺏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였던 것 같다.
부자의 목적은 명확했다. 늙고 병들어가는 몸을 젊은이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 '가진 놈이 더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욕망의 명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든다. 몸놀림이 예전 같지 않을 뿐더러, 기억도 가물가물하면서 점차 흐려져 간다. 이러한 '노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건강함을 유지하며 늦출 수는 있겠다.
건강을 위해서는, 당연하겠지만 영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몸 곳곳에 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혈관'을 통해 이뤄진다. 결론적으로, 혈관이 깨끗하고 건강해야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고, 우리 몸도 건강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 혈관 관리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혈관 관련 질환의 증상들은 이미 70% 정도 문제가 진행된 후에야 발현된다. 혈관 확인을 병원 가듯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사전 관리 영역의 중요성은 모든 칼럼마다 한번씩 말해도 아깝지가 않을 수준이다.
"그래서 혈관 관리를 어떻게 할 건데?"
이쯤 보면, 성격 급한 분들이 떠올릴만한 질문이다. 식습관 개선이나 일부 건강기능식품이 있지만, 혈관의 노화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근본적으로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부터 리뉴얼 되어야 진정한 혈관 관리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
세포 리뉴얼의 핵심은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조직 세포로 발달할 수 있고, 당연히 그 기능적인 부분의 회복이 가능하다. 무한대의 자가 증식 능력을 갖고 있기에 기본적인 면역에서부터 피부, 관절, 뇌기능은 물론 만성·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까지 가능하다. 질병을 넘어, 자연스럽게 노화되어가는 세포들을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안티 에이징’과 ‘리버스에이징’의 영역까지 가능하다.
마치 의료계의 혁명과도 같은 줄기세포에 대해, 흔히들 '배아 줄기세포'를 먼저 떠올린다. 과거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이나 난자 등에서 추출하기에 윤리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특성상 분화의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암'으로까지 변질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반면,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 혈액, 제대혈, 골수 등에서 추출이 가능한데, 외부 충격, 노화에 의해 죽은 세포들을 대체 공급하는 기능 면에서의 성공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에는 모든 종류의 혈액과 면역 세포들을 평생 생산한다는 '조혈모 줄기세포'가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줄기세포를 선택했다고 모든 것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시술 전, 혈액 등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초창기에는 재생에 필수적인 요소보다는 소량의 세포가 함유된 혈장과 혈소판(혈액 주성분) 정도만 분리될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다. 우리에게 끝없는 숙제를 내주는 기술의 영역 덕분에, 인류의 건강도 진일보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분명 건강을 살려주는 만능 치트키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정보를 파악하고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먼저다. 무조건 좋다고 맹신하기보다, 꼼꼼히 고민하며 접근해야 할, 우리의 건강을 위한 미래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