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표정엔 속내가 묻어있다. 당대표 취임 후 첫 출근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표정은 여느때보다 밝았다.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인사에서 한 대표의 표정엔 '해내고야 말겠다'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면,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된 직후 보여준 미소엔 '역시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완벽히 벗어난 자의 표정이었다.
반면 7.23 전당대회 당일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은 묘하게 굳어있었다. 한 대표의 폴더 인사는 없었고, 윤 대통령은 어퍼컷을 생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원팀 기조를 내세운 원희룡 후보의 득표율(18.85%)의 3배 이상인 62.84%를 기록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현재 권력은 미래 권력을 이기지 못한다. 주목할 점은 선거인단(당원) 투표 득표율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비슷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윤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여당이 참패하자 당원들도 변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당원들이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에 여당 주류와 다른 의견을 냈음에도 한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변화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의 밝은 표정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저주가 아니라 지난 정치의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지난 2년 간 필자도 국회를 출입하면서 정치인들의 희비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정치인들은 늘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생각이 안일함을 부른다. 책임이 큰 자리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여권의 핵심 권력으로 부상한 대표의 표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당내 반발이 터져나올 때 한 대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야 관계도, 대여 관계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상황이다.
자부심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첫 출근길에 웃을 수 있었는지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선출직은 당심과 민심이 만들어준 자리다. 자신의 자리는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자만심은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
정치 신입 한동훈의 여의도 출근은 이제 시작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첫 출근하며 '채해병 특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7.24. 사진=뉴시스화상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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