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판업체 앞엔 대규모 종이박스·'뽁뽁이'
"폐업·도망가려 한다" 소문 무성
티메프서 정산 못받자 외상도 거부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 업체 도망갈 거라는 소문까지 돌아요"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PC 주변기기 판매업자 박모씨가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다음주부터 상가 휴가라 문도 닫고 있을 텐데 그사이 어떻게 될런지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에서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흉흉한 소문이 도는 등 불안한 분위기였다. 영세 전자제품 판매업체들은 대체로 '티메프 사태는 티몬·위메프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해온 총판업체의 일'이라면서도 일부 총판업체가 자금줄을 조이면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폐업하려나' 흉흉한 소문만
용산 전자상가의 A 총판업체는 수입 제품을 소매업체에 판매해오다 최근엔 티몬 등 전자상거래업체(e커머스)를 통해 개인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팔았다고 한다. 매출 규모가 컸기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선 이번에 티몬 정산이 제때 안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퍼져 있는 상황이다. 사무실은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다만 그 앞에는 여전히 종이박스, 일명 '뽁뽁이'라고 불리는 에어캡 등 배송을 위한 포장재가 잔뜩 쌓여 있어 판매 규모를 짐작케 했다.
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판매하는 B씨는 "특히 그래픽 카드를 판매하는 총판업체들이 물건 한개당 가격이 200만~300만원대로 높아 피해가 클 것"이라며 "용산 전자상가에 있는 총판 중 한 곳은 연 매출이 150억원 정도 하는 곳이니까 아마 이번 피해금액이 수억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용산 전자상가 인근의 한 PC판매업체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최근까지 수억원 가량의 PC판매를 티몬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하고 판매했었다"면서 "상황이 불안해보여서 조기에 판매를 중단해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향후 일부 금액 정산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상 안됩니다"
용산 전자상가 내에서도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했는지 여부에 따라 피해 상황은 달랐다. 대다수 업자들은 '현재까지 직접적 타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 전자상가에는 이커머스에 입점하지 않은 영세 전자제품 판매업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업자들은 여파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PC 용품을 파는 50대 C씨는 "티메프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뒤부터 한 CPU업체가 물건을 사면 바로 현금을 입금해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티몬 등 이커머스에서 정산을 받지 못한 총판업체가 자금 문제로 인해 외상을 거부한 것. B씨는 "원래 총판업체가 소매업체에게 물건을 먼저 가져가게 하고 추후 정산하는 '여신'을 1~2주 정도 줬는데 이제 그런 게 안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소매업체들도 점점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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