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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사도광산 ‘강제노동’ 누락, 협의하지 않았다”

강제노동 사료 전시 先조치 끌어냈지만
野 '강제성' 표현 누락 지적하며 공세 지속
용산 "강제성 표현 뺄지 협의하지 않았고
도주·수감 등 자세히 기술해 강제성 인정"
2015년 군함도 등재 때 강제성 이미 합의
사도광산 이어 군함도도 추가조치 기대
日, 강제노동 표현 협의 말아껴 논란 부추겨

대통령실 “사도광산 ‘강제노동’ 누락, 협의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28일 소다유코 출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드러내는 사료들을 전시하는 조치를 했고, 이에 윤석열 정부가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강제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으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강제노동'이나 '강제노역' 같은 강제성 표현 사용 여부는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30일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따르면, 사도광산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2km 떨어진 기타자와 구역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을 포함한 광산 노동자의 생활 관련 사료들이 전시돼있다.

여기에는 국민징용령에 따라 조선총독부가 관여해 1000명 이상 조선인 노동자가 투입됐다는 사실부터 위험한 작업에 조선인 노동자가 월등히 많이 종사했고 식량 부족에 임금 미지불 등 가혹한 노동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도주한 조선인 노동자를 형무소에 수감시켰다는 내용이 담긴 사료도 내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강제성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아도 도주한 걸 잡아가뒀다든지 이런 내용을 자세히 기술했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강제성 표현을 빼는 것까지 협의하진 않았고,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원하는 건 얻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야권에선 강제성 표현 누락이 한일 간에 합의한 것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외교부에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묻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성 표현 사용 여부 자체는 협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대통령실이 확인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에 강제성 표현 문제는 이미 합의를 마쳤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사도광산 등재 회의에서 ‘모든 약속’을 명심한다고 밝혀 군함도 강제노동 역사 반영 조치도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군함도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충분히 합의해놨는데 발표 과정에서 서로 뉘앙스가 달라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이번에는 약속만이 아닌 선제적으로 조치를 이행시켰다는 차이점을 부각했다.

앞서 외교부도 선(先)조치를 강조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가 기자들을 만나 “군함도와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한국이 수용했다는 일본언론 보도 관련 질문에 “외교상 간 오고 간 얘기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삼가겠다”고 말을 아껴 논란을 부추겼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