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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누굴 지지할까

[왓츠업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누굴 지지할까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내가 대통령이 되는 그날 바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겠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열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개최된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바이든 정부의 규제에 지친 가상자산 업계를 위해 화끈한 발언만 골라했다. 규제에 지친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자신들을 위로해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뜨겁게 반응했다.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에 쌓였던 화를 푸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고하겠다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어떤 사람인가. 바이든 정부가 부정적으로 여겼던 가상자산 시장을 직접 나서서 옥죈 인물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가하긴 했지만 말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사기가 많이 발생했고 불법행위도 많았기 때문에 시장조작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확한 법이 필요하다고 항변해왔다.

하지만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혁신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든 정부 SEC의 과도한 규제는 기술발전을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관련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든 정부가 가상자산처럼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독점 금지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빅테크들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지 감시받아왔다.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FTC 리나 칸 위원장이 주도했다. 칸 위원장은 반독점법 전문가다. 그 역시 갠슬러 위원장처럼 빅테크에 대한 대한 강력한 규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바이든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4년 전처럼 직접 나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4년 전 대선에서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비난했었다. 텍사스로 테슬라 본사를 이전했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로 여겨지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재미있는 점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인 '딥 블루 스테이트(Deep Blue State)'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을 아주 강하게 지지하는 성향의 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의 대선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 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는 실리콘밸리의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73%를 득표했다. 또 바이든 당시 후보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85%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딥블루 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실리콘밸리와 캘리포니아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현 지사는 캘리포니아주의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을 통해서 민주당에 등 돌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의 마음을 잡는 작업을 개시했다. 과연 실리콘밸리 그리고 캘리포니아는 누구를 지지할까. 미국 대선 레이스를 더 흥미롭게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