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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대금 못받게 될라" 티메프 피해업체들 '분통'

티몬·위메프 기업회생 신청
수십억 미정산 판매사도 있어
"대출 위주 지원책 실효성 의문
자금 돌지 않으면 결국 줄도산"

#. 20년째 경기도에서 동서식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배모씨(51)는 위메프, 티몬에서 각각 4억2000만원, 3200만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위메프 기준 5월 매출 정산일이 지난 15일이었지만 전체 대금 1억8000만원 중 절반만 입금됐다. 위메프가 지난 25일 추가로 대금을 입금해 준다고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배씨는 자금이 막히면서 본사 대금 지급이 어려워졌다. 본사는 15일 단위로 대금을 결제하기 때문에 예비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물건을 받을 수 없어진다. 이 경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오프라인 도매 영업마저 불가능해 파산을 걱정해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 신청을 제출하면서 상품 판매자들은 '파산'이라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대책이 나왔지만 판매자들은 실효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30일 만난 배씨는 티몬과 위메프의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미정산 사태가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배씨의 경우 5월 매출 2억2000만원 중 프로모션으로 발생한 매출이 4000여만원이 된다. 프로모션을 진행해 매출이 늘었지만 정산이 되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손해로 잡혔다. 프로모션발 매출 가운데 배씨가 부담한 금액도 1000만원에 달한다.

배씨는 "올해 초부터 갑자기 할인쿠폰을 과도하게 뿌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매자 입장에서도 할인으로 판매가 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불안하니까 판매를 자제하라고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판매자들은 '줄도산' 사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가전총판 업체를 운영하는 40대 A씨는 "소비자는 조금 기다려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판매사들은 자금이 돌아가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정산대금이 한달만 미뤄져도 총판 업체에서는 줄도산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A씨는 30억원가량 미정산금이 발생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가전총판 업체가 파산 수순을 진행하고 있다.

줄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매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현재 판매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투입하기로 한 긴급자금 5600억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A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도 대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월 2000만원 이상 이자가 계속 나가는 상황"이라며 "특히 회생이 이뤄지는 만큼 대금 지급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씨도 "지난 5월 매출이 미정산으로 잡히고 6, 7월 매출은 제외되기 때문에 피해금 전액을 대출해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지원해 준다고 포장하기는 좋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이 받아들여지면 최소 두달은 대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라며 "두달 뒤 30%라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면 대응할 수 있지만 예상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