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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 “광풍”이 몰아친다...패닉바잉 진원지된 '줍줍' [이종배의 부동산산책]

■무순위 청약 대해부



"광풍” “광풍”이 몰아친다...패닉바잉 진원지된 '줍줍' [이종배의 부동산산책]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 전경. 사잔=뉴스1
"광풍” “광풍”이 몰아친다...패닉바잉 진원지된 '줍줍' [이종배의 부동산산책]


[파이낸셜뉴스] '무순위 청약(줍줍)'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줍줍에 무려 294만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세차익 10억원 줍줍에 청약홈 서버가 이틀 연속 지연되고, 접수 시간이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줍줍 시장이 '광풍' 수준으로 달아오르면서 ‘패닉바잉’ 진원지가 됐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줍줍 청약시장이 시세차익을 노린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동탄역 롯데캐슬 줍줍은 광풍이나 다름 없다"며 "분양가는 폭등하고 집값은 뛰면서 로또 줍줍 청약 시장은 앞으로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줍줍 청약자격, 유형 따라 다르다
무순위 청약은 지난 2018년 12월 이전까지는 사업자가 선착순으로 판매하거나 특정 장소에 희망자를 모아 놓고 추첨하는 방식으로 공급됐다. 밤샘 줄서기나 대리 줄서기,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질 않자 이후부터 청약홈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현행 줍줍 제도를 보면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모집 공고 이후 잔여 물량의 발생 원인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무순위 사후 접수 △임의공급 △계약취소주택 재공급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유형에 따라 청약자격 요건도 다르다.

우선 무순위 사후 접수는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시 경쟁이 발생해 당첨자 및 예비 입주자를 선정했으나 자격 미달이나 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 물량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경쟁 발생 여부는 주택형별로 판단한다.

이른바 미계약 물량이다. 이같은 무순위 사후접수는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 주택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다. 통상 '전국구 청약'으로 불린다.

임의공급은 최초 및 무순위 입주자 모집 공고시 경쟁이 발생하지 않아 미분양이 된 경우를 말한다. 앞서 미계약과 다른 개념이다. 임의공급(미분양) 청약자격 요건은 사업주체가 정한다. 유주택자를 포함해 국내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전국구’ 청약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취소주택은 불법 전매나 위장 전입, 위장 이혼, 통장 매매 등 공급 질서 교란 행위로 인해 계약 해제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된다.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계약이 취소된 경우다. 눈여겨 볼 점은 계약취소주택 청약자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 또는 세대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294만명이 몰린 통탄역 롯데캐슬 전용 84㎡ 1가구의 경우 무순위 사후접수(미계약) 물량으로 전국구 청약이 가능했다. 반면 계약취소주택 4가구는 화성시 무택자만 신청할 수 있었다.

■처음보는 줍줍 광풍...투자자도 가세
줍줍은 유형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도 다르다. 우선 중복청약 여부를 보자. 부부간은 예외지만 계약취소주택의 경우 규제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당첨자 발표일이 같으면 청약자 1명이 중복으로 신청하는 불가능하다. 당첨자 명단 관리대상이기 때문이다. 중복 당첨된 경우 모두 부적격 처리된다.

반면 임의공급은 당첨자 명단을 관리하지 않는다. 중복청약이 허용되는 셈이다. 무순위 사후접수는 규제지역에서만 당첨자 명단이 관리된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줍줍은 원칙적으로 세대 구성원 모두가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자모집 승인 과정에서 세대주로 한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이 외에도 재당첨 제한 여부, 동일 주택 기당첨자 제한 등에서 유형과 규제지역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 줍줍 청약제도도 일반 청약처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유형별로 각기 다른 규정이 적용되지만 줍줍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계약취소주택을 제외하고는 지역 구분없이 유주택자도 넣을 수 있어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단지마다 수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줍줍 열기는 최근 들어 더 달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경우 3가구 줍줍 접수에 101만명이 신청했다.이번에 '동탄역 롯데캐슬'에 300만여명이 몰리며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청약 결과에 대해 “지난 2005년 용산 시티파크 분양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의 광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공급 불안 우려가 있다 보니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뛰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연구원은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주목을 받았다”며 “특정 단지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예전에 찿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고 말했다.

■ "줍줍 시스템 보완해야"...부작용 양산
이런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무순위 청약 시장은 일부 줍줍 단지의 경우 'N차' 분양에도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특정 단지 쏠림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줍줍 시장에서도 양극화의 골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묻지마 청약’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다. 일단 넣고 보자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쟁은 과열되고, 정작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는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종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무순위 청약에서도 과도한 청약 집중에 의한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를 위해 거주 자격, 보유 주택수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순위 청약이 현금 부자들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청약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문위원은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줍줍 단지에는 광풍 수준의 열풍이 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시스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여러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 및 검토해 볼 단계이다”라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