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칭 등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액 넘어서
유명인 앞세워 가짜뉴스와 결합
해외 거점에 대포폰 사용... 추적 쉽지 않아
"보이스피싱처럼 사기 계좌 즉각 지급정지 필요"
본사를 사칭해 네이버 기사 페이지 처럼 꾸민 가짜뉴스 피싱 사이트. /사진=온라인 캡쳐
[파이낸셜뉴스] 월 수십퍼센트의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돈을 가로채는 온라인 투자 사기가 속출하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사기 범죄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명 언론사를 사칭한 기사 링크를 뿌린 후, 가짜 기사에 유명인을 등장시켜 기사에 포함된 투자 사이트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이 사기단은 피해자가 수십만원의 소액을 투자할 경우 실제 수익금까지 출금토록 한 뒤 수백만~수천만원의 투자금을 넣으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언론사 기사에 출금되니 믿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40대)는 최근 본사 홈페이지를 사칭해 유명인을 앞세운 '가짜뉴스' 수법을 사용한 사기에 당해 경기도 성남 수정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사기범들은 네이버 기사와 유사하게 꾸며진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가입하게 만들고 가상자산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가 투자 사이트에 가입하자 '자스민'이라는 외국인이 국제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자스민은 옆에 있는 통역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A씨는 "이 회사가 국내 유명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을 이용해 소액 출금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최대 57%의 수익을 내준다고 약속했다"면서 "총 340만원을 투자했지만 출금하려고 하니 '270만원을 더 입금해야 출금 가능하다'는 말에 사기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인이 나온 언론사 기사에 출금까지 되니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기를 당하니 눈물만 나온다"고 호소했다.
본사는 자사 홈페이지 및 디자인을 도용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투자를 유도하는 사례를 확인한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페이지를 차단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10일에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정식으로 고소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사이트 서버가 싱가포르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현재 국제공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유명인 사칭 피싱 등을 포함한 리딩방 사기 접수 건수는 3937건에 피해액은 약 349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기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액(3242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사기범들은 유명인·언론사·정부기관 등 명성에 기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마구잡이로 사칭하고 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동영상을 이용하거나, '한국은행이 민희진을 고소했다'식의 가짜뉴스와 결합한 방식의 신종 방식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법이 결합·진화하고 있고 처음에는 소액 출금을 가능하게 만들어 투자자들을 속인다"며 "유명인을 사칭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는 100% 사기라고 생각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인 사칭 피싱 소송을 대리하는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은 "보이스피싱 외에 다른 종류의 온라인 투자 사기에서도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즉각 지급정지가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대포통장이 너무나 쉽게 발급·이용되는 문제도 있어 범죄 수익의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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