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규제 강화 목소리
판매대금 정산 주기 등 의무화
PG사 진출때 자본금 허들 확대
금감원, 관련 내부TF 2일 가동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앞줄 왼쪽)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지도기준이나 점검 감독에 있어서 업계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추후 제도개선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이커머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이세훈 금융감독원 사무처장의 발언이다. 금융당국에서도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공백을 시인한 셈이다. 지난 7월 30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 전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확산되면서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대금 유용 방지와 가중처벌 강화, 선별적 등록제 운영 및 퇴출조치 등 여러 대안이 거론된 가운데 금감원도 내부 인력 12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법·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티메프 사태, 규제공백이 키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대책의 핵심은 △전자금융업 등록업체에 대한 감독권 강화 △판매대금 활용이나 정산주기에 대한 규율 체제 정비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정부는 기재부·금융위·금감원·공정위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제한적이다. 전자상거래법이나 대규모유통업법 말고도 여러 규제나 감독 체계 및 약관이 다 어우러져야 규율이 된다"며 "쉬운 영역이 아니라서 정부부처 간 심도 있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는 이커머스 기능뿐만 아니라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도 겸하는 2차 PG사에 속해 금감원 감독 대상이다. 실제로 전자금융거래법 제42조 3항과 4항에는 금융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건전성 우려 발생 시 당국이 자본증액명령이나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티메프는 허가업체가 아닌 등록업체이기에 금감원이 이들에 대해 경영개선 권고 혹은 명령 등 강제적으로 영업취소나 정지, 그에 준하는 과징금 조치 등을 내릴 방법이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21대 국회에서 전자거래금융법상 등록대상 업체에 대해서 규제권한을 달라고 요청한 적 있는데 입법부에 더 강하게 요청하지 못한 잘못은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겸직 5명, 전담직원 7명 규모 내부 TF를 2일부터 운영키로 했다. 이를 통해 이커머스가 PG를 겸영할 경우 발생하는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건의사항을 최대한 신속하게 정부 관계부처에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이커머스 규제권한 줘야"
전문가들은 이커머스에도 금융사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규제권한을 쥐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메프의) 결제기능으로 대금이 자신에게 파킹된다는 점을 악용해 발생했다"며 "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이커머스 업체의 재무제표와 대차대조표 등을 금융당국이 면밀하게 감시하도록 해야 하고, 업체가 파킹된 결제자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치하게끔 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필요성도 화두에 올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정안에)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자본적정성·유동성 비율·건전성 수준에 대한 규제를 금감원이 영업규제 형태로 할 수 있도록 문구가 추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PG업체 진입허들을 높이고, 사후에도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등 진입 전후 시점 각각에 특화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 교수는 "각 업체 진입 시 자본금 얼마 이상의 업체에 한해서만 등록을 허용하는 등 '선별적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인허가를 통해 사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며 "이후에는 금감원에서 건전성, 자본적정성, 유동성에 대한 지표를 만들어 관리·감독하고 (업체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처럼 경영권고 혹은 퇴출조치까지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실장도 "이커머스는 금융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신용창출 기능을 하고 있는 만큼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선 금융사처럼 적기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규제가 과도해질 경우 플랫폼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자상거래협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업체에 사회적인 압박을 가하는 게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예지 이승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