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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남북관계 속 대북 수해 물자지원 제안…북한 호응할까

'최악' 남북관계 속 대북 수해 물자지원 제안…북한 호응할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 피해 지역에서 개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부가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한 북한에 피해 복구를 위한 물자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는 '조속한 호응'을 촉구했지만, 남북 최악 국면 속에서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3층 브리핑실에서 "우리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지원 품목·규모·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직접 북한에 수해 지원을 제안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올해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안하게 됐다"면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언제든지 인도적 지원에 열려있다는 입장 지속 표명해 왔다"며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지만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지원은 북핵 문제와 별개라는 윤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이번 지원을 제안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북한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된 데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적대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입장에서도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의 특수관계를 부정한 상황에서 한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2년 5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다급한 상황에서도 윤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실무 접촉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과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그리고 북한의 대남 전단 및 오물 풍선 살포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져 왔고, 이달에는 북한이 비난해 온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이 예정돼 있어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대북 수해지원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병행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김정은은 신속한 현장 지도, 관료 질타, 위기관리체계 가동 등 재난 리더십을 연출 중"이라면서 "한국의 지원을 받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정부의 수해 지원 제의를 거부했다.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거나 혹은 언론을 통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같은 전망에 대해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우리 측 제의에 호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번 집중호우로 평북 신의주·의주를 비롯한 자강도와 양강도의 압록강 연안 일부 지역들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또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4100여 세대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도로·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인명피해도 있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