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타일러 미슬로추크는 결승점을 통과한 후 열차례나 구토했다. 이 모습이 중계 카메라와 사진을 통해 세계 각국에 고스란히 알려졌다. 사진=프랑스 매체 75 seconds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파리 센강의 수질 문제로 사흘 연속 수영 훈련과 남자부 경기가 취소됐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가 강행된 후 선수들이 구토를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한 캐나다 타일러 미슬로추크 선수는 결승점을 통과한 이후 10여차례 구토했다. 이 모습이 중계 카메라와 사진을 통해 세계 각국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센강은 개회식 날 폭우가 쏟아진 뒤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흘러들어 수질이 더욱 악화돼 남자부 트라이애슬론 훈련과 경기 일정이 연기되는 등 논란이 컸으나 조직위는 결국 지난달 31일 강행했다.
이날 트라이애슬론 사이클(40km), 마라톤(10km), 수영(1.5km) 등 3개 종목 중 수영이 센강에서 진행됐다.
세계트라이애슬론연맹이 2006년 정한 경기 적합 기준은 대장균 100mL당 1000개, 장구균 100mL당 400개 미만이다. 이를 넘은 물에서 수영하면 위장염이나 결막염, 외이염, 피부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파리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센강 정화 사업에 2015년부터 15억 유로(약 2조2412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100년간 누적된 오염이 10년 사이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당초 올림픽 위원회는 센강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오는 3일 트라이애슬론에서 수영을 뺀 듀애슬론으로 경기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던 중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했다며 트라이애슬론을 강행했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로부터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뉴질랜드의 헤이든 와일드 선수는 "센강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유산균(프리바이오틱스)을 복용하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선수 미리암 카시야스는 자국 언론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대회 주최 측이 센강이 무대라는 이미지를 우선했고 선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의사이기도 한 카시야스는 "출전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센강이 아닌 플랜 B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대표팀의 세스 라이더는 “파리에 온 후 일부러 손을 씻지 않았다. 대장균에 익숙해지기 위해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손을 씻지 않는다”며 센강 경기 강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오는 5일 트라이애슬론 혼성 경기, 8일과 9일 마라톤 수영 경기가 예정돼 있다. 지금보다 수질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최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선수들의 건강과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올림픽 위원회는 센강 수질 상태에 따라 마라톤 수영 장소를 카누 경기장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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