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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긴장, 팬데믹 불황 재발?

美 7월 실업률 4.3%로 4개월 연속 올라
제조업 PMI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
경기 침체 예견하는 '샴의 법칙' 발동 가능성
유럽 증시도 출렁, 이미 물가-제조업 경기 나쁜데 악재 겹쳐
中 침체도 여전히 진행형, 안전자산에 돈 몰려

美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긴장, 팬데믹 불황 재발?
지난달 5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배달원이 짐을 옮기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가라앉은 세계 경제를 그나마 견인하던 미국에서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시장에서는 이미 침체에 빠진 중국과 회복이 정체된 유럽에 이어 미국 마저 성장 동력을 잃는 다면, 코로나19같은 국제적인 경기 침체가 재발한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버티던 美, 생산·고용 모두 줄어
미국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전월보다 0.2%p 올랐다고 알렸다. 실업률은 지난 4월 3.9%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1만4000개 늘었다고 밝혔으며 이는 직전 12개월 동안 월평균 증가폭(약 21만5000개)을 크게 밑도는 숫자다.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 모두 시장 전망치보다 나빴다.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이번 발표 직후 "'샴의 법칙'이 발동됐다"고 주장했다. 샴의 법칙은 미국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샴이 제안한 이론으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0.5%p 높으면 불황이 온다는 주장이다. 7월 발표로 인해 미국의 4~7월 평균 실업률은 12개월 최저치보다 0.53%p 높은 4.13%가 됐다.

제조업 전망도 좋지 않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1일 발표에서 미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6월(48.5)보다 내려가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제조업 PMI가 50 미만인 경우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경기 전망이 나쁘다고 보는 업계 관계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투자시장은 연이은 악재에 출렁였다. 미국 나스닥은 1일 2.3% 하락에 이어 2일에도 2.4% 추가 하락했으며, 지난달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지면서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2일에 걸쳐 각각 1% 이상씩 내려갔다.

향후 30일 동안 주가 변동 기대치를 나타내는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3일 장 마감 무렵 전일 대비 4.8p 상승한 23.39로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美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긴장, 팬데믹 불황 재발?
1일(현지시간) 촬영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 거래소.로이터연합뉴스

범세계적인 침체 우려 증폭
미국발 침체 위기에 유럽 증시 또한 얼어붙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Stoxx600 지수는 2일 497.85로 전날 대비 2.73% 급락했다. 해당 지수가 5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날 영국의 FTSE100 지수는 1.31% 떨어졌고 중형주 중심의 FTSE250 지수는 2.95% 떨어져 2022년 9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갈아치웠다.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또한 각각 2.33%, 1.61%씩 내려갔다.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2%)에 근접(2.6%)하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0.25%p 내렸지만 7월에는 동결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프랑스의 정치 혼란, 중동의 확전 우려 등으로 6월에 2.5%에서 7월 2.6%로 다시 올랐다.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7월 제조업 PMI는 43.2로 전월보다 0.3p 내려갔고, 유로존 제조업 PMI는 45.8로 전월과 같았다. 조사를 진행한 독일 함부르크 상업은행(HCOB)은 그나마 오르던 그리스와 스페인의 PMI의 상승 동력이 크게 약해졌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상황이 나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 동안 제조업 부문이 힘든 시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증시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2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81% 폭락했고 한국 코스피도 3.65% 떨어졌다. 중국은 같은날 상하이 종합지수, 선전성분지수가 각각 0.92%, 1.27% 하락 마감하면서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1일 중국 금융정보업체 차이신이 집계한 7월 제조업 PMI는 49.8로 전월(51.8)보다 내려가는 동시에 50을 밑돌았다. 차이신 제조업 PMI가 50을 밑도는 상황은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 정부에서 직접 집계한 7월 제조업 PMI 역시 49.4로 3개월 연속으로 50 아래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경기 전망이 불안해지면서 안전 자산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의 12월 인도분 금선물 가격은 2일 0.21% 올라 지난달 중순 가격을 회복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 또한 2일 0.178%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美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긴장, 팬데믹 불황 재발?
지난 6월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촬영된 상하이 증권거래소 입구.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