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러 수해지원 제안 모두 거부
러시아에 사의 표하며 북러 밀착 과시
반면 尹정부 지원 제안은 언급도 안해
"적은 적" "핵 무력 의무" 등 적대감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폭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우리나라는 물론 러시아의 수해지원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상반됐다. 러시아에는 사의를 표하며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겠다고 밝힌 반면, 우리나라에는 적대감을 드러냈다.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주북한러시아대사관을 통해 수해지원 의사가 담긴 위문을 전달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의를 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현 단계에서 큰물(홍수) 피해를 시급히 가시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들이 강구됐으므로 이미 세워진 계획에 따라 피해 복구 사업이 진척될 것”이라고 수해지원을 거부했다. 다만 “만약 그 과정에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러시아 수도)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 정상이 오가며 양자회담을 거쳐 군사협력을 단단히 했다. 지난 6월에는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키도 했다. 김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이 같은 북러 밀착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해지원 제안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핵 기반 한미동맹을 빌미로 적대감만 드러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재민 긴급 물자 지원 의사를 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번째 대북지원 제안이다. 하지만 매일 2차례 시도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를 통해서는 수해지원 제안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우리 언론의 인명 피해 추산보도와 한미동맹에 대한 비난만 쏟아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일 침수지역 주민들을 구출한 공군 부대에 훈장을 수여하며 내놓은 연설에서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 지역의 인명 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구조 임무 수행 중 여러 대의 직승기(헬기)들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략 선전에 집착하는 서울 것들의 음흉한 목적은 뻔하다.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서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은 이날 통신을 통해 발표한 공보문에서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철퇴) 24’ 시행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핵 전쟁 계획이 실제적이고 구체화한 범행 단계에 진입했다”며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한 안전 환경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 무력에 부여된 헌법적 의무”라면서 핵무기 고도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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