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대변인단 등과 오찬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4.8.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재선 사무총장, 3선 원내대표, 4선 정책위의장.
새로 구성된 한동훈 지도부의 주요 당직자 조합이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사뭇 달라 주목을 끈다.
5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주요 당직인 사무총장에 재선 서범수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4선 김상훈 의원을 임명한 건 초반 그립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상 정해진 선수별 직책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3선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규칙이다. 특히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보다 선수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원내대표는 통상 4선 이상이 맡아왔다.
물론 이러한 암묵적인 규칙은 3선인 추경호 의원이 22대 첫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이미 깨졌다. 3선인 정점식 의원이 결국 친한동훈계 압박 끝에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후임 인선에 이목이 쏠렸을 때에도 추 원내대표와 같은 선수인 송석준·김성원 의원이 거론됐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보다 선수가 높은 4선의 김상훈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지목된 건 분명 예상을 뛰넘는 인선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내정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4.08.02. /사진=뉴시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수 역전
엄밀히 말하면 이같은 인선은 친윤석열계인 추 원내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당정 협의를 이끌 때 정책위의장은 실무적인 보조를 해준다. 그런데 한 대표가 임명한 김 의원이 추 원내대표보다 선수가 높으니, 기존 구조대로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에게 지시를 하기엔 애매한 구조다. 계파 색이 옅었던 김 의원은 이제 한 대표의 사람으로 봐야 한다. 추 원내대표로선 부담일 수 있다.
'선수 역전'을 고려한 듯 김 의원은 지난 2일 정책위의장직에 지명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례적으로 (선수가) 있다고 하지만 당이 처한 여러가지 현실이 엄중하기 때문에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며 "원내대표와 원팀이 돼서 당이 처한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가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김 의원이 추 원내대표와 같은 지역구(대구)임을 고려할 때 균형이 맞춰질 거라는 해석도 있다.
김 의원은 곧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정책위의장에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한 대표의 임기가 아직 초반임을 고려할 때 당장은 이러한 이례적인 구성이 가져올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민주당이 수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정 불협화음이 커진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김 의원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 대표에게 힘을 싣거나 반대로 뺄 수 있다.
재선 사무총장? 옆당에 비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서범수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1/뉴스1 /사진=뉴스1화상
최근 들어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대부분 재선이었음을 고려 할 때 재선 서범수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건 정책위의장 인선에 비해 이례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하면 사무총장의 선수가 터무니없이 낮은 건 사실이다. 현재 민주당의 사무총장은 5선 김윤덕 의원이다. 직전 사무총장도 당시 5선이었던 조정식 의원이었다.
통상 새로운 당대표의 입장에서도 선수가 높은 사무총장이 좋다. 선수가 높을 수록 원내 장악력도 높기 때문이다. 자신을 확실히 도울 사람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재선보다 중진이 좋다. 한 대표가 선수가 높은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못했던 것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원내 중진 중 한 대표의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원내 장악력이 약한 한 대표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세력 확장에 들어갈 전망이다. 초·재선과 일부 3선에 포진된 자신의 세력을 중진으로까지 넓히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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