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주필,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를 만나다
해리스 등판에 판세 요동치지만
트럼프 2기 가능성 여전히 높아
北 등 적대국과도 과감한 행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전망
한일, 복원된 관계 이용해 '공조'
소규모 다자 안전판 만들 필요도
北문제, 트럼프의 우선순위 아냐
당선되더라도 4년 임기로는 한계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특히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1기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과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북한 등 적대국을 상대로 '톱다운' 정상회담을 벌이는 등 지나치게 과감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1기 때 시도했던 주한미군 철수,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재차 담판을 짓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 리스크'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바라는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4일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주제로 삼은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본지 노동일 주필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나서 먼저 미국 대선 판세를 살펴보고, 그 결과에 따른 국내 정치·외교·산업 분야별 영향 예측과 특히 우리나라가 대비해야 할 점을 짚어봤다.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왼쪽)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4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 본사에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대한민국에 미칠 부문별 영향 등을 놓고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본지 영상미디어부
다음은 노 주필과 박 교수의 일문일답.
―총격사건 이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와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로 미국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경쟁력이 더 강한 건 분명하다. 지난 2020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 당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유능하다'는 답변을 9% 이상 더 받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유능하다'는 답변을 25%나 더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나이 이슈가 컸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등장하면서 이 문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나왔다. 민주당과 지지층이 그를 중심으로 급속히 뭉치는 것 같다. 돈도 크게 모이고 있다. 흑인이자 인도계 혼혈, 또 검사로 시작해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여성. 경쟁력이 상당한 것 같다.
▲사실상 대안이 해리스 부통령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나이·성별·인종·출신 모든 점에서 차이가 커서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정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고령 이슈는 확실히 해결해 '유능함'이라는 핵심변수가 역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게 됐다.
―그러나 '레드 스테이트(경합주)'에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이 많은데, 이들이 흑인 여성 대통령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후보와 같은 엘리트 백인 여성도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에 호소하기 위해 그 지역 상원의원인 J D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힐러리 전 후보와 해리스 부통령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힐러리 전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비판했던 것처럼 워싱턴DC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정치를 해왔던 이른바 기득권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건 워싱턴의 기득권층과 불법이민자, 한국을 비롯한 부유한 동맹국들의 무임승차, 또 중국과 싸우겠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기득권층이라고 보기엔 여전히 소수자인 흑인이라는 점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스스로 '바이든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며 찬사를 보냈는데, 그렇게 되면 바이든 정부의 실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고물가 문제를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기름값과 미국 대선 결과의 연계성을 연구한 논문들이 있다. 갤런당 4달러가 넘어가면 현직 대통령이 진다는 결과가 나온다. 대선 당시 체감물가와 경기,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 연계돼 있어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다. 바이든 대통령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경제지표는 되게 좋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54년 만에 최저인 4%까지 떨어졌고, 소비자물가지수도 올해 초부터 점점 내려가고 있어 금리를 다시 내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아서 중산층 이하 서민층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행정부의 공동책임자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부분을 집요하게 지적할 것이다. 거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름 아주 정교한 정책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대외정책이 급변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1기 정부 때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면 철수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고, 또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현상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어려움들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미국 대선을 쭉 보니까 우리 걱정이 지나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우리는 핵무장을 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된다면 1기와 다른 점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트럼프 정부를 한 번 경험을 해봐서 대응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일 관계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비용·편익으로 본다는 게 알려졌는데, 주한미군 철수의 경우 평택 캠프험프리스는 해외기지 중 최대 규모·최고 시설이라 이것을 재편하는 건 엄청난 비용이 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걸 너무 잘 계산하는 사람이라 주한미군을 일부 조정해 한국으로 하여금 비용을 더 내게 할 수는 있어도, 철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생각해 보면 트럼프 1기 때는 문재인 정부라 한미가 코드가 맞지 않는 상황이라 갈등이 부각됐다 보니까 트럼프 2기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아까 말씀드린 한일 관계와 연계되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동맹 안에서 자율성을 추구해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더 우선시하겠다는 명백한 목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과의 여러 상황에서 스스로 거리를 둔 것. 지금은 매우 다른 게 한일 관계가 복원돼 한미일 협력이 이뤄졌다. 작년 4월 한미 워싱턴선언과 같은 해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로 일정 수준의 제도화가 돼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등장해도 없앨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양자관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직접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인데, 한미일 틀이 있으니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 또 한일이 협력할 수도 있다. 한일 모두 미국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요구할 비용분담에 대해 공조하는 구조를 취할 수 있다. 일본의 적극적인 외교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트럼프 1기 정부 때 뉴욕 트럼프타워에 가서 만나고 골프클럽에 갔다.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올해 4월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우리로선 예를 들면 미국 직접투자를 약속하고 이행 시기는 늦춰서 여러 대응들을 고민할 시간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완전히 갖춰지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2년 후에는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양자동맹보다 3~4개국 소다자 네트워크를 구성해가고 있어서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일본과 협력해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일 외에 여러 소규모 다자 체제 안전판을 만들 필요도 있다.
―우려되는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을 많이 가진 나라와 사람과 잘 지내면 좋은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보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북정책이 실패해서 자기가 집권했을 때는 없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핵무기 고도화가 계속됐다는 이야기. 물론 그때도 북한은 뒤에서 다 개발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하지 않았으니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실패했다는 공격을 하는 것이다. 물론 우려가 없진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통령 중심주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거론하면서 그들과 직접 일대일 협상을 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2018~2019년 때처럼 김정은을 만날지 여부인데, 북한 문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본다. 공약집에도 나왔지만 일단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을 끝내고, 그다음이 중국과의 경쟁이다. 2기 정부라 임기가 4년뿐인데 북한 문제에 투자를 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을 파키스탄과 인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건가.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기는 하다. 일부 제재를 풀어주며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동결·유예시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케 하고, 미국 본토는 안전해졌다며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럼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을 비롯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50개 넘는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할 수 있고, 그러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 5개국의 핵 독점권이 무너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런 기득권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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