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증시가 고꾸라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를 빠르게 반영하는 10년물 이상 장기물의 금리 하락 폭이 컸다. 'R(Recession·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장기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경제 연착륙을 위한 정부정책이 성공하더라도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나라에도 찾아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10년물 금리 급등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 아래로 내려왔다. 10년물 금리가 3%를 밑도는 것은 2022년 3월 말(연 2.856%) 이후 2년 4개월여 만이다.
3년물 금리는 7월 초 연 3.210%에서 지난 2일 2.939%로 27.1bp(1bp=0.01%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연 3.312%에서 연 2.976%로 33.6bp 떨어졌다.
통상 10년물 이상 장기채 금리에는 경기 둔화 등이 빠르게 반영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만기가 긴 채권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치가 높아진 채권은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하는 구조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을 반영한다. 단기물보다 장기물의 하락 폭이 큰 것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는 3.3bp를 기록했다. 지난달 3일(11.5bp)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있다. 앞서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2022년 11월 역전돼 지난해 3월까지 역전 상태가 지속된 바 있다. 다시 정상적인 '양(+)'의 스프레드를 보였던 10년물과 3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역전을 눈앞에 둔 것이다.
미국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역전 상태는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현상은 2022년 7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역전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 4월 12일 처음으로 30년물 금리가 3년물 금리를 역전했고, 빈도는 잦아졌다. 이달 2일 기준 30년물-3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6.5bp를 가리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잃어버린 30년' 올까
국내 금융연구기관에서도 '장기 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정부가 가계 대출과 자영업 대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증가율 억제와 부담 완화 등 연착륙 정책이 성공할 경우 한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의 패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로 한국경제의 양극화가 취약산업과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약화시켜 금융부문에 부담을 가중시킬 경우 금융부문의 시스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경우 금융부문에 충격을 주고, 금융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연착륙과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구조적으로 장기 침체 위기를 맞고 있는 자영업과 제조업의 취약부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금융 충격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일 경우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범위가 제한되고, 재정 부담을 가져온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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