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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팔고 엔화 사자' 움직임 확산... 엔화가치 142엔 '7개월만에 최고'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5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장중 142엔대까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27분께 142.6엔대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42엔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 1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초 161엔대까지 높아지며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던 엔화 가치가 한달 새 20엔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7월 실업률이 예상을 웃돌며 미국 경제침체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지속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 연준이 9월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단행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엔화 매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7월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바 있다.

닛케이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가 진행된 것도 엔화 강세의 한 이유"라고 보도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초저금리인 엔화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리소나홀딩스 이구치 게이이치 시니어전략가는 "미국 경제 연착륙 시나리오 일변도이던 시장이 미국 경제·고용지표 악화로 급속하게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적 고비인 145엔대까지 엔화 가치가 상승해 손실을 각오한 엔 매수, 달러 매도가 나오고 있다. 140엔 정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한 시장 관계자는 NHK에 "미국에서 시장 예상을 밑도는 경제지표가 잇따르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일본은행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달러 매도, 엔 매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12% 이상 급락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