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 백 모씨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살인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속적으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모씨(37)가 범행 동기라며 한 진술로 알려졌다.
백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피해자의 어깨 등을 벴으며 A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이 '전신 다발성 자절창(흉기에 의한 상처)에 의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냈다.
백씨는 A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9살과 4살 아들을 둔 가장으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백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1시간 여 만에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6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백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백씨는 취재진에게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자 그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습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을 했는지'를 묻자 백씨는 "네"라고 답했다. 마약검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평소 도검을 소지하고 다녔나' ,'직장에서 불화가 있었던 게 사실인가' 등의 질문에는 "아닙니다"라고 했다.
백씨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돌출 행태를 보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백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인 자료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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