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요은 산업부 기자
최근 두산, SK 등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계열사 합병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면서 투자자 및 주주를 위한 충실한 정보 제공 필요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향후 시너지와 효과 등을 추상적으로만 기재하는 관행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부실한 정보 제공으로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기존 내용만으로는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들에게 구조개편 배경, 주주가치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위험 등을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 주주들은 기업의 정보 제공 없이는 직접 합병 계열사 간의 상호 관련성과 기대효과를 추산하기 쉽지 않다. 현행법이 주주들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자 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거나 기존에 발행한 주식을 매도하는 기업은 주주들의 투자판단을 위한 정보를 담은 증권신고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굉장히 상세하고 분명하게 '시너지' 효과를 기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주들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키고, 합병 찬성 투표를 하도록 설득한다.
대표적 예시가 세계 최대 제지업체인 인터내셔널 페이퍼와 골판지 제조기업 DS스미스의 합병 건이다. 인터내셔널 페이퍼는 합병 전 공시에서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합병으로 발생하는 4억7400만달러의 시너지의 47%는 제지공장, 박스공장 및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 운영에서 발생하며, 23%는 중복되는 회사 및 사업 간접비 감축으로 발생, 나머지 23%는 운영 조달로부터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매우 구체적 설명으로 주주들의 이해를 도왔다.
국내 기업들도 기업 합병을 통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 내용을 비교해 보면 위 사례에 비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기' 식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하는 두산그룹뿐 아니라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SK온·SK트레이딩·SK엔텀 3사 합병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마주한 공통과제는 주주를 설득하는 일이다. 주주들의 투자는 기업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된다. 구체적 소통으로 불확실성 해소에 나설 때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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