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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평 잘 나왔어도 불안"… 변수 커진 대입에 수험생 심란 [현장르포]

수능까지 100일
10분 만에 밥먹고 책상 앞으로
책 한 글자라도 더 봐야 덜 불안
전문가 "성적 높은 N수생 다수"
'수능 최저' 맞추기 어려울 수도

"모평 잘 나왔어도 불안"… 변수 커진 대입에 수험생 심란 [현장르포]
수능 100일을 앞둔 6일 서울 강남구 한 입시학원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동중에도 가방에서 수시로 모의고사 시험지를 꺼내 살폈다. 사진=노유정 기자
"점심 시간을 줄였다. 너무 불안하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을 앞둔 6일 서울 시내 고등학교와 학원가에 긴장감이 돌았다. 교실에선 점심시간 1시간을 다 채워 쉬는 고3 학생들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재수 전문 입시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중에도 문제지를 꺼내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현역 고3들은 "자기와의 싸움도 있지만 재수생, 삼수생들과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 "밥도 10분 만에 먹고 공부"

이날 기자가 서울 시내에서 만난 고3 김모군은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난다"면서 "남은 시간 열심히 준비해 원하는 곳에 입학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남 학원가의 재수생들은 모의고사 봉투를 옆에 낀 채 건물을 오갔다. 불과 1~2분 걸리는 거리였지만 앞만 보고 서둘러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재수생 김모씨(19)는 "점심을 10분 만에 먹었다. 얼른 먹고 조금이라도 책을 보기 위해서"라며 "원래는 점심시간 1시간을 모두 이용해 밥도 먹고 쉬었는데 이제는 불안해서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의 재수 전문 입시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금모씨(19)는 "서서 공부하는 책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수능 100일을 앞둔 학원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조는 사람이 있었지만 졸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일어선 채 수업을 듣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금씨는 "곧 9월 모의평가(모평)도 있고 모평이 끝나면 수능까지 두달도 채 안 남는다"며 "현역 때보단 성적이 좋지만 모의평가 성적이 잘 나왔다고 수능이 잘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긴장을 놓지 않고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 장모씨(19)도 "시험을 앞두고 실전 체제로 수업이 돌아가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국어 모의고사를 수능처럼 쳤다"며 "국어가 약해 걱정이다. 100일간 뒤집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대 증원에 N수생 늘어

학생들은 올해 수능에는 의대 증원 확대가 최대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의대 지원을 위해 다시 수능을 선택한 이른바 'N수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재수생 B씨는 "6월 모의평가 이후 수강생이 늘면서 강의실에 빈자리가 많이 줄었다"고 언급했다.

올해 세번째 수능에 도전한다는 배우진씨(21)는 "의대 증원 때문에 대학의 입결(수능에서 지원 가능한 점수 등 입시 결과를 뜻하는 말)이 낮아지고 사회탐구영역을 시험치고도 공대에 지원할 수 있게 돼 재수생이 늘어난 것 같다"며 "현역 고3은 재수생들과 경쟁해야 해 많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의 특이점은 성적대가 높은 학생, 의대생 가운데 더 좋은 학교로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다시 수능을 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현역 고3에게도 수능이 어려워질 것이고, 다른 학생들도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수능 100일을 앞둔 이날 학부모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응원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학업성취 기도회 현장이었다.


경기 안산에서부터 찾아온 학부모 정은정씨(49)는 "아들이 지방대에 합격해 군대까지 다녀온 뒤 공부에 뜻이 생겨 이번에 다시 수능 공부에 도전했다"며 "군대에서 스스로 1000만원을 모아 도전한다고 하길래 재수 비용을 지원해 주고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부터 수능 때까지 매일 오후 2시에 아들의 사진을 놓고 기도를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며 "믿음을 갖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