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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500쪽 상고이유서 제출... '노태우 300억 비자금' 진위 쟁점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오류도 강조
이혼소송 대법원서 뒤집힐지 주목

최태원 SK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300억원 비자금'에 대한 2심 법원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파기환송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향후 파기환송이 될 경우 노 관장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수도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전날 오후 약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통상 소송에서 다룰 개괄적인 내용을 담는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2심 법원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가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고, 따라서 그룹 성장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약속어음과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에선 그 진위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사후 경정(정정)한 것 역시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해왔다. 이 역시 상고이유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심 법원이 SK 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전 대통령이 '뒷배'가 되어줬다고 본 부분, 최 회장이 2018년 친족들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것에 대한 최 회장 측 반박도 상고이유서에 담았다.

법리 공방은 양측이 선임한 변호인단 면면으로도 추정할 수 있다.

최 회장은 한때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홍승면 변호사(60·사법연수원 18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 퇴직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고, 법원 내 판례공보스터디 회장을 맡는 등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을 받는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51·28기) 등도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노 관장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68·13기)과 강명훈 변호사(68·13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냈으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후 교수로 일하던 2021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최 전 의원에게 1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