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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20년 동안의 기침을 동반한 골증열을 OO으로 완치했다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한동하의 본초여담] 20년 동안의 기침을 동반한 골증열을 OO으로 완치했다
<본초강목>을 저술한 이시진 (李時珍)의 초상화(왼쪽)와 본 서에 그려진 황금(黃芩)이다. 여기에는 이시진이 황금으로 자신의 병증을 치료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시진은 젊어서 감기에 걸린 후 20년간 기침을 했다. 몸이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정(精)을 보존하지 않고 과로를 하고 함부로 생활을 해서 마침내 골증열(骨蒸熱)이 생겼다.

골증열이란 만성 소모성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 중 하나로 음기(陰氣)와 혈기(血氣)가 부족하여 골수가 메말라서 뼛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몹시 쑤시는 증상을 말한다. 대사질환, 호르몬 관련 질환이나 결핵 따위의 만성 소모성 질환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시진은 피부가 타는 듯한 뜨거운 열감과 함께 조수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조열(潮熱)도 있었다. 때로 물이 켜지는 갈증은 주로 낮에 심했다. 지속적으로 기침을 했으며 매일 밤 가래를 1사발이나 토했다. 여름철이 되면 번갈(煩渴)로 식사도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시진은 주위 의원들에게 진찰을 받았다.

한 의원이 진맥을 해 보더니 “맥이 부(浮)하면서 홍(洪)한 것을 보면 폐(肺)에 조열(燥熱)이 있는 듯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호, 맥문동, 형력(荊瀝)이 들어간 여러 가지 처방을 복용했다. 형력은 말초리풀과 식물인 모형(牡荊)의 줄기를 베어 덥혀서 흘러내린 즙을 모은 것이다. 모형력(牡荊瀝)이라고도 한다.

풍열(風熱)을 없애고 가래를 삭이며 기와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옛날에는 대나무를 가열해서 뽑아낸 죽력(竹瀝)이 없으면 대신 형력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효과가 없자 다른 의원들도 앞다투어 “폐가 실(實)하니 상백피와 지골피가 들어간 사백산(瀉白散)이 좋겠습니다.” 혹은 “골증열은 혈허(血虛)로 인해 음허열(陰虛熱)이 뜨는 것이니 사물탕(四物湯)이 좋겠소.” 혹은 “기침이 심하니 정천탕(定喘湯)은 어떻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처방을 이것저것 복용해 봐도 증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처방을 복용하고서 차도가 없자 “이시진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떠들고 다녔다.

이시진은 몸이 아파도 의서 읽는 것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금나라의 명의인 이동원(李東垣)의 책을 읽게 되었다.

‘폐열(肺熱)이 타오르는 듯한 증상을 치료할 때 답답하고 갈증이 나서 물을 켜지만 낮에만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기분(氣分)의 열(熱) 때문이다. 황금탕(黃芩湯) 한 가지로 폐경과 기분의 화를 쓸어내려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시진은 자신의 무릎을 탁하고 치면서 ‘아~ 바로 황금이로구나.’라고 여겼다.

이시진은 이 구절이 자신의 증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동원의 처방에 따라서 황금(黃芩) 1냥에 물 2잔을 넣고 1잔이 될 때까지 달인 다음 단번에 복용하였다. 그랬더니 다음 날부터 몸의 열이 물러가기 시작하더니 점차적으로 20년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가래와 기침, 골증열이 모두 다 나았다.

이시진은 ‘약이 병증에 맞으면 북과 북채와 같구나. 치료의 오묘함을 내 몸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러한 놀라운 경험을 하고서는 황금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자세하게 정리를 했다. 자신의 경험을 남겨서 후세의 의원들이 황금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이시진에게 처방을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의원들이 찾아왔다.

“도대체 어떤 처방을 사용하신 겁니까?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황금만을 사용했습니다.”라고 했다.

의원들은 이처럼 오래된 기침을 동반한 골증열을 황금만으로 치료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묻기를 “이 의원은 우리에게 황금으로 오래된 골증열을 치료할 수 있었던 기전을 감히 설명할 수 있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시진은 설명을 못할 것도 없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이시진은 말하기를 “황금은 열독(熱毒)과 골증(骨蒸)에 주로 쓰는 약재입니다. 많은 의서에서 황금(黃芩)은 폐화(肺火)를 쓸어내리고 습(濕)을 제거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황금 중에서도 편금(片芩)은 폐화를 치료하고, 조금(條芩)은 대장의 화를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를 따랐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이 “황금(黃芩)이나 편금(片芩), 조금(條芩)은 모두 같은 약재이고 이름만 다른데, 쓰임새가 다른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황금 중에서 굵고 속이 부서지는 것을 편금(片芩)이라고 해서 술에 넣고 볶아서 쓰면 폐화(肺火)를 내립니다. 그리고 황금 중에서 가늘고 속이 찬 것은 조금(條芩)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장(大腸)의 화를 내립니다. 저는 이 중에서 편금을 다려서 먹었습니다.”라고 했다.

질문을 했던 의원이 재차 묻기를 “편금(片芩)이 폐화를 사하고, 조금(條芩)이 대장의 화를 사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이시진은 “원래 가벼운 것은 기운이 위로 뜨고 무거운 것은 기운이 가라앉는 법입니다. 그래서 황금 중에서도 속이 마르고 가벼운 편금은 위로 올라가 폐의 화를 내릴 수 있고 담을 삭이며 기를 잘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가늘지만 속이 차고 단단한 조금은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데, 그래서 기운을 아래로 내려서 대장의 화를 내릴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자 어느 한 의원이 “다른 약재들도 기운이 뜨고 가라앉는 것을 그와 같은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꽃은 기운이 가벼워서 바람에 쉽게 날아가지요. 그래서 꽃잎이나 꽃봉오리는 눈병이나 두통, 불면증 등 두면부 질환을 치료합니다. 국화(菊花)나 신이화(辛夷花)가 그렇습니다. 반대로 씨앗은 결국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운이 무겁고 하기작용이 강해서 신장이나 하초에 작용합니다. 구기자(枸杞子)나 차전자(車前子), 복분자(覆盆子)가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의원들은 잘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를 쳐다보더니 ‘더 이상 물을 것이 없구나.’ 여기면서 인사를 하고서 물러갔다.

황금은 요즘에도 처방에 다용된다. 황금은 꿀풀과 속썩은풀의 뿌리다. 속썩은풀이란 이름은 마치 속이 썩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로 부장(腐腸)이란 이름도 있다.

황금이 들어간 가장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열독(熱毒)을 치료하는 황연해독탕이 있다. 이 처방은 호흡기의 염증성 질환, 염증성 장질환, 아토피피부염, 습진, 화병 등 다양한 열성 질환에 사용되는 기본방이다. 보통 설사, 복통이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지만 열증이면서 염증이 심한 경우는 약이 된다. 물로 다려서 먹어도 좋고, 끓여서 피부에 습포제로 사용해도 좋다.

만약 약재의 효능이나 부위별 쓰임새를 알고서 쓴다면 이처럼 북채로 북을 치는 효과를 낼 것이다.

* 제목의 ○○은 ‘황금(黃芩)’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본초강목> 予年二十時, 因感冒咳嗽旣久, 且犯戒, 遂病骨蒸發熱, 膚如火燎, 每日吐痰碗許, 暑月煩渴, 寢食幾廢, 六脈浮洪. 遍服柴胡, 麥門冬, 荊瀝諸藥, 月餘益劇, 皆以爲必死矣. 先君偶思李東垣治肺熱如火燎, 煩躁引飮而晝盛者, 氣分熱也. 宜一味黃芩湯, 以瀉肺經氣分之火. 遂按方用片芩一兩, 水二鐘, 煎一鐘, 頓服. 次日身熱盡退, 而痰嗽皆愈. 藥中肯綮, 如鼓應桴, 醫中之妙, 有如此哉. (내가 20년 동안 감기로 기침이 난 것이 오래되었고, 또한 경계를 함부로 어겨 마침내 골증열이 되어 피부가 타는 듯 뜨거웠고 매일 담을 1사발이나 토하였으며, 여름에는 번갈로 침식을 거의 전폐하였고 육맥이 부홍하였다. 시호, 맥문동, 형력이 들어간 여러 가지 약을 두루 복용하자 한 달여 만에 더욱 극심해져 모두 반드시 죽을 것이라 여겼다. ‘선대의 학자인 이동원이 폐열이 타오르는 듯한 증상을 치료할 때 답답하고 갈증이 나서 물을 켜지만 낮에만 왕성한 것 기분의 열 때문이다. 황금탕 한 가지로 폐경과 기분의 화를 쓸어내려야 한다.’라는 것을 우연히 생각하였다. 마침내 이 처방에 따라 편금 1냥에 물 2잔을 넣고 1잔이 될 때까지 달인 다음 단번에 복용하였다. 다음 날 몸의 열이 다 물러갔고 가래와 기침이 다 나았다. 약 가운데 중요한 관건은 북과 북채와 같고, 치료 중의 오묘함은 이와 같은 데 있다.)
<동의보감> ○ 黃芩. 性寒, 味苦, 無毒. 治熱毒骨蒸, 寒熱往來, 解熱渴. 療黃疸, 腸澼泄痢, 痰熱胃熱, 利小腸. 治乳癰, 發背, 惡瘡, 及天行熱疾. 其腹中皆爛, 故一名腐腸. 惟取深色堅實者, 爲好. 圓者名子芩, 破者名宿芩. 中枯而飄, 故能瀉肺中之火, 消痰利氣, 入手太陰經. 細實而堅者, 治下部, 瀉大腸火, 入水而沈. 入藥, 酒炒上行, 便炒下行, 尋常生用. (황금.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열독, 골증과 한열왕래를 치료하고, 열로 갈증이 나는 것을 푼다. 황달, 설사, 이질, 담열, 위열을 치료하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 유옹, 등창, 악창과 유행성 열병을 치료한다. 그 속이 모두 썩어 문드러져 있어서 부장이라고도 부른다. 색이 진하고 단단한 것을 쓰는 것이 좋다. 둥근 것을 자금이라 하고, 부서진 것을 숙금이라고 한다. 속이 마르고 가벼운 것은 폐의 화를 사할 수 있고 담을 삭이며 기를 잘 통하게 하여 수태음경에 들어간다. 가늘고 속이 차고 단단한 것은 하부를 치료하고 대장의 화를 사하며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 약에 넣을 때는 술에 볶으면 상부로 가고, 동변에 볶으면 하부로 간다. 보통은 생것을 쓴다.)
○ 黃芩. 主熱毒骨蒸. 取片芩, 酒炒用能瀉肺火. 或以天門冬膏爲丸服, 名曰淸金丸. 條芩能瀉大腸之火, 煎服, 丸服幷佳. (황금. 열독과 골증에 주로 쓴다. 편금/황금 중에서 굵고 속이 부서지는 것을 술에 넣고 볶아서 쓰면 폐화를 사한다.
천문동고로 환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것을 청금환이라고 한다. 조금/황금 중에서 가늘고 속이 찬 것은 대장의 화를 사한다. 달여 먹거나 환으로 먹는데, 모두 좋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