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내 대지진 확률 80%
"한번은 터진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래픽] 난카이 해구 대지진이란.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하며 또 다시 대지진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9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전날 오후 5시30분부터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임시 정보를 내고 대지진 발생 가능성에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 당국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과 관련된 조사를 하고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년 내 대지진 확률 80%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는 '거대 지진 경계'와 '거대 지진 주의'로 나뉜다. 이번에는 위험 수준이 낮을 때에 해당하는 '거대 지진 주의'가 발령됐다.
난카이(남해) 트로프는 일본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깊이 4000m 해저에 위치해 있다. 지구 지각의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지역에서는 100~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난카이 트로프를 따라 일어난 대지진은 1944년 도난카이 지진(규모 7.9)과 2년 뒤인 1946년 쇼와 난카이 지진(규모 8.0)이 마지막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향후 30년 내 70~80%의 확률로 리히터 규모(M) 8~9의 대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진이 현실화하면 진원지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32시간의 시간차를 두고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1854년 안세이 도카이 지진(규모 8.6)이 일어나고 32시간 뒤 규모 8.7의 안세이 난카이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러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규슈 지역을 넘어 동일본과 서일본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해일 높이는 최대 30m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사망자는 최대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액은 최대 1410조엔(약 1경3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상청은 "특정 기간에 반드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고 알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주일 이내에 규모 8급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0.5%"라고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거대 지진 경계와 주의가 있지만 이번 발표는 '주의'"라며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1일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일본 혼슈의 동해 연안에 있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주민들이 외부로 대피해 있다. 지진으로 건물 밖 도로가 갈라져 있다. 뉴스1
"한번은 터진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난카이 트로프 지역에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니시무라 타쿠야 교토대학 방재연구소 교수는 "점점 다음 지진을 향해 에너지가 난카이 트로프를 따라 축적되고 있다"면서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이와테현 앞바다에서 후쿠시마 앞바다까지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에너지가 모였다. 난카이 트로프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에너지가 한번에 터진다고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지진으로 미야자키현 일부 지역에서는 진도 6약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일본 기상청 지진 등급인 진도는 절대 강도를 의미하는 규모와는 달리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 물체 등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으로 0부터 7까지로 표시된다. 진도 6약은 서 있기 곤란하고 벽 타일과 창 유리가 파손되거나 책장이 넘어질 수도 있는 수준의 흔들림이다.
미야자키현·오이타현·가고시마현과 시코쿠 고치현·에히메현 등지에는 쓰나미(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높이 50㎝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전력업체들은 지진 이후 진원지 주변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자력발전소, 에히메현 이카타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사히카세이 등 일부 기업은 미야자키 공장 가동을 한때 중지했다.
또 규슈 지역을 달리는 고속열차 '신칸센' 운행과 미야자키 공항 운영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혼슈 중서부 열차 운행을 담당하는 JR동일본과 JR도카이는 당분간 일부 구간에서 열차를 운행하지 않거나 느린 속도로 운행할 방침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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