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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기준금리에 간섭 예고 "내 직감이 더 낫다"

트럼프, 8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 정책 결정에 대통령 발언권 주장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하는 세계적인 관행에 어긋나
트럼프 "나는 돈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 내 직감이 더 낫다"

트럼프, 美 기준금리에 간섭 예고 "내 직감이 더 낫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과거 첫 임기부터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불만이 많았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는 세계적인 관행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로서 중앙은행 관리들 보다 감이 좋다며 대통령이 중앙은행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의 자택에서 여러 언론사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여러 실책을 저질렀다면서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 시기를 잘못 정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그래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많은 돈을 벌었고 매우 성공했다"며 "나는 많은 사례에서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재임 시기였던 2017년 11월에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으나 이듬해부터 그의 금리 인상을 비난했다. 당시 파월은 과거 10년 가까이 진행됐던 경기 부양용 통화 확대정책을 정상수준으로 되돌려 경기 과열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약 1년에 걸쳐 금리를 4차례 올렸다.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꾀했던 트럼프는 금리 인상으로 갚아야할 이자가 커져 부담이 늘었다.

트럼프는 2019년에 파월을 노골적으로 쫒아내겠다고 위협했다. 그의 언행은 정부가 중앙은행의 금리 및 통화 정책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세계적인 관행에 어긋나는 것으로 당시에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트럼프, 美 기준금리에 간섭 예고 "내 직감이 더 낫다"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제롬 파월을 새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로 소개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파월을 좋게 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면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파월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그가 금리를 낮춘다면 아마도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선거 전에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파월에 대해 "내가 보기에 그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으면 그가 임기(2026년 퇴임)를 채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트럼프 선거 캠프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의 측근들이 트럼프 재선 이후 연준의 독립성을 깎아 정부가 금리 정책에 보다 강력하게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해 "어쩌면 그들이 선거 전에, 11월 5일 전에 할 수 있겠다"라며 "그들 역시 금리 인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정작 같은달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면 금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8일 회견에서 "월가의 뛰어난 사람들이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으면 경제공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