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가 7일(현지시간) 런던 브릭 레인의 기차역 다리에 남긴 원숭이 벽화. EPA=연합뉴스
뱅크시가 6일(현지시간) 런던 첼시의 한 건물에 남긴 코끼리 벽화. EPA=연합뉴스
뱅크시가 5일(현지시간) 영국 리치먼드의 큐 브릿지 인근 건물에 그린 염소 벽화. 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름 없는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가 영국 런던에서 잇달아 벽화를 공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지에서는 다음 그림을 찾아내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뱅크시는 그간 철저히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작품을 남겨왔다. 이에 이처럼 매일같이 벽화를 그려놓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시는 이날 런던 동부의 구제 패션 거리인 브릭 레인에서 기차가 지나다니는 다리 벽면에 그네를 타는 원숭이 세 마리가 담긴 벽화를 남겼다.
뱅크시는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벽화가 자기 작품임을 인증했다.
이같은 깜짝 등장에 런던 곳곳에서는 벽화 앞에 모인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뱅크시는 전날에도 첼시 에디스 테라스의 주거용 건물에 남긴 벽화는 건물 벽에 두 마리의 코끼리가 막힌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의 벽화를 남겼다.
5일에는 런던 남서부 리치먼드의 큐 브릿지 인근 건물 벽에 염소 모습의 벽화를 남겼다. 이 작품은 바위가 아래로 떨어지는 난간 위에 그려진 염소의 실루엣과 이를 지켜보는 CCTV 카메라를 묘사하고 있다.
더 타임스는 염소 벽화가 그려진 벽에 있는 진짜 CCTV가 작업자용 크레인을 이용해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 들어 올려지는 장면이 CCTV 영상에 포착됐다면서 화면에 나온 두사람 중 한명이 뱅크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메일 온라인도 영상 속 마스크와 작업모를 쓴 남성이 친구와 동행한 뱅크시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뱅크시 전문가 제임스 피크는 BBC 방송에 “뱅크시가 다음 벽화를 어디에 공개할까?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다만 여기 사람들 모두가 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동물 벽화를 ‘런던 동물원 연작’이라고 부르면서, 최근 영국을 어수선하게 만든 극우 폭도들을 동물에 빗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첫날 공개된 염소가 팔레스타인에서 자주 보이는 가축이라는 점에서 가자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연대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뱅크시는 이전 작품에서도 원숭이를 자주 등장시켰으며,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려 동물을 사용하곤 했다.
본명이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메시지를 담은 벽화를 남겨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화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품을 알리곤 한다.
뱅크시 작품은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감성과 메시지를 담은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아, 전시나 경매에서 거액에 판매되기도 했다.
한편 뱅크시는 자기 작품에 대한 공식 보증과 판매를 주관하는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을 지난 2008년 설립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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