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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등 신종재난 급증...특별재난지역 선포 실효성 논란

평균 15일 소요...긴급 상황 대비 속수무책 절차 단축 시급
행안부 안전관리기본법 개정 발의...3일내로 단축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화재 등 신종재난 급증...특별재난지역 선포 실효성 논란
지난 8일 인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사고로 신종재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평균 15일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의 경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재정상황 등 정성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초기 신속한 대응에 차질을 빚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재난 발생일로부터 특별재난지역 선포일까지 소요되는 절차를 간소화해 국가의 수습과 복구체계에 신속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중앙정부 차원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 피해 수습과 복구가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주거비 등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집중호우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절차를 현재 평균 15일에서 3일로 대폭 단축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이 경우 자연재난 기준으로 평균 15일 가량 소요되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간이 평균 3일 안팎으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원 참사' 처럼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명백한 사회 재난은 선포 기간이 더 빨라질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 60조에 따라 자연·사회 재난 발생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경감을 위해 국비를 추가로 지원하는 제도다.

검토 대상은 피해액이 국고 지원 기준인 26억원의 2.5배인 65억원을 초과하는 등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지자체장이 요청하는 경우다.

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4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은 익산시의 경우 7월 8일 시간당 100㎜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이래 추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진 7월 25일까지 17일이 소요됐다.

또한 △태풍 링링의 경우 재난 발생일인 2019년 9월 4일로부터 선포일인 20일까지 16일 △태풍 마이삭의 경우 재난 발생일인 2020년 9월 1일로부터 1차 선포일인 15일까지 14일 △태풍 카눈의 경우 재난 발생일인 2023년 8월 9일로부터 선포일인 29일까지 20일 등이 소요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인천시와 인천서구청이 행안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공식 건의하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자연재난의 경우 피해액을 산출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지만, 사회재난은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 및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는 등 '정성평가'를 거친다.

지난 6월에는 화성시가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 화재 수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으나 이 역시 선포되지 않았다.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세월호 침몰사고, 코로나19 사태, 10·29 이태원 참사 등 12건뿐이다.

행안부는 이에 대해 아직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피해가 증가할수록 특별재난지역 지정 압박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통상 지자체 재정 능력으로 수습이 어려운 경우, 인명피해가 크거나 피해 주민의 생계가 어려운 경우 등에 보통 선포되는데 이번 화재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규모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해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관리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로, 위원회 심의 없이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이 곧바로 대통령에 선포를 건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한 의원은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 필요한 것은 국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이라며 입법 배경을 밝혔다.

행안부는 입법예고 후 국무회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 등 세부 내용은 추후 대통령령에서 정할 예정이다.

한편, 행안부는 최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피해액 기준을 현행 65억원에서 82억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인상된 복구 비용 단가와 달리 국고 지원 기준은 2012년 수준에 멈춰 있다며 상향 배경을 밝혔지만, 지자체에서는 그만큼 특별재난지역 해당이 어려워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