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뉴욕 증시가 폭락한 지난주 정크본드 시장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규모 자금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중개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자금 유출 규모가 4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이자 수익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금 유출을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 증시가 지난주 폭락과 급등을 경험하며 1주일 전체로는 비교적 큰 충격 없이 마무리 지었다고는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의 경기 침체 우려가 완전히 가셨다고는 볼 수 없다는 점이 정크본드 자금 유출로 확인됐다.
25억달러 유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EPFR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일까지 1주일 정크본드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빼낸 자금 규모가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 25억달러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쑥밭이 됐던 2020년 초 이후 4년여 만에 최대다.
미 노동부가 2일 공개한 7월 고용동향에서 미 노동 시장이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뒤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금이 대표 위험 자산인 정크본드에서 썰물 빠지듯 빠졌다.
금리 하락 우려
투자자들은 미 경기 침체에 맞서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면서 정크본드에서 돈을 뺐다.
경기 침체 시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이 정크본드를 발행한 비우량 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더해 금리가 하락하면 정크본드 이자 수익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정크본드는 대부분 변동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준 금리가 하락하면 지급 금리 역시 낮아진다.
브랜디와인글로벌투자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존 매클레인은 금리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정확하다면 "변동금리 유가증권 수요는 상당폭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클레인은 이어 "게다가 금리 인하가 경기둔화의 결과라는 점은 신용 등급이 낮은 정크본드 발행 기업들에 충격을 준다"면서 "정크본드 시장에는 이중펀치인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우려 과한 듯
그러나 정크본드 유출은 실제 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후퇴하고 있다.
긴급 금리 인하 주장이 사라지고 있고,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하강 흐름이 확인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17~18일 정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앞서 긴급 회의를 열어 0.75%p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9월에도 0.75%p 추가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던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명예교수는 8일 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급감 통계 발표 뒤 한발 물러섰다.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8일 주간 실업수당 통계 뒤 크게 완화됐다.
전문가들은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 시장이 지난주 대규모 자금 유출을 겪은 것은 투자자들의 과민반응 탓이었다면서 되려 이를 통해 저가 매수 기회가 찾아왔다고 지적한다.
매클레인은 7월 고용동향에 관한 시장 반응은 과도했다면서 연준이 '더디고 낮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또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자금 압박을 받는 낮은 신용등급 기업들에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이어서 시장 전망이 밝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네하 코다 전략가는 만약 경제 전망이 급격히 악화하면 정크본드 전반에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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