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청신호
유급으로 하루 2시간 근무 덜하는
법정 임신기 36주→32주로 확대
정부, 사업주 지원해 부담 덜기로
내년 1월 1일부터 임신 8개월(32주)인 근로자도 하루 2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법정 임신기'(현행 12주 이내·36주 이후)가 아니더라도 중소·중견기업이 자발적으로 임신부의 단축근로를 허용하면 1인 최대 50만원을 지원한다. 사실상 임신 전 기간(270일)에 대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는 지원요건도 풀어준다.
1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고시 개정을 통해 사업주에게 주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대폭 늘린다.
또 기업이 의무적으로 단축근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법정 임신기'는 현행 임신 12주 이내·36주 이후에서 임신 12주 이내·32주 이후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임신 12주(임신 3개월) 이내 또는 36주 이후(임신 9개월)의 모든 여성 근로자가 임금을 동일하게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 일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임신 36주차에 접어들면 단축근로가 아닌 출산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고, 32주차부터는 조산 위험이 높아 개선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법정 임신기를 임신 8개월 이후로 앞당기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8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22대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논의를 거치며 확대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던 제도가 드디어 시행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동시에 내년 1월부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기업에서 법정 기간이 아닌 나머지 임신기에 자발적으로 단축근로를 허용하면 동일하게 5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하면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급인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은 유급이라 사업주들이 임금을 그냥 줘야 해서 부담이 컸던 부분"이라며 "그래서 지원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사업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업주들은 임금지출 부담에 따라 임신부들의 단축근로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임신부의 출산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고위험' 임신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지원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고시 개정을 통해 난임·질환 등 위험요인이 높은 임산부에 대해서는 임신기 전체를 '법정임신기'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고위험 선정기준과 관련된 세부사항은 아직 조정 중이다.
정부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확대와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축근로 확대는 환영할 일"이라며 "유산 등 건강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휴가나 휴직 등으로 완전히 빈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울 공산이 크다"며 "사업주뿐 아니라 직원들의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창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