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보증금 미지급으로 갈등
상반기 피해구제만 500건 달해
소비자 보호장치 등 규제 구멍
정부의 규제공백이 있는 대표적인 '금융 그레이존(grey zone)'인 리스·상조·여행업에서 보증금 미지급 등 계약 관련 문제로 발생한 소비자 피해구제가 올해 상반기에만 5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반 동안 진행된 소비자 피해구제는 4500건에 육박한다. '조 단위' 피해금액이 예상되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다급하게 이커머스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규제 사각지대'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가 11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동차리스·상조·여행 품목의 계약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피해구제 건수는 499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자동차리스와 상조서비스에서 각각 5건과 61건, 여행 품목에서 433건에 달하는 계약 관련 피해구제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반 동안 진행된 피해구제 건수는 4471건에 달했다. 매년 800건꼴로 피해구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업 또는 개인이 필요한 각종 시설·설비 등을 금융회사가 대신 구입한 뒤 일정 기간 대여하면서 사용료(리스료)를 받는 금융 서비스인 리스에서는 보증금 먹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 수천억원 규모의 자동차 리스 보증금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리스회사 대표와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최소 1000~2000명에 달한다.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7억원까지 보증금을 뜯긴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상조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상조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리하에 있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다.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자금운용 규제는 전무하다. 금융당국의 정기적인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어 고객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크루즈여행처럼 여행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적립식 여행상품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1월부터 관할 지자체에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을 마쳐야 하며,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등 선수금 보전조치,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 공시·제출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7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한 적립식 여행상품을 판매해 온 대전의 한 중소여행사가 파산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를 입은 고객과 영업사원이 1277명, 피해액은 25억2000여만원에 달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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