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증권부 부장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하는 새내기 종목이 최근 속출하면서 공모주가 '불신의 시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지난해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따따블'(공모가의 4배)은커녕 고등어(반토막), 갈치(네토막)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새내기 상장주들의 급락이 증시 변동성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SPAC)을 제외한 올해 국내 증시 신규상장 종목(36개) 가운데 26개는 공모가 대비 주가 손실(9일 기준)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0개 종목만 주가가 상승했다는 얘기다.
극심해진 변동장세의 여파도 있지만 공모 당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종목들도 있어 개미투자자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고평가 요인이던 기술특례상장이 도입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주가지수에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국식 제도들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따따블 기준가, 재간접 공모펀드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공모시장 과열 문제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재간접 펀드 활용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앞장설 방침이다.
그간 재간접 펀드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 이와 함께 수요예측 시 기관투자자의 록업(보호예수) 제도도 손볼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는 자금이 흘러들어와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기업도 많다. 한국 증시를 다시 건전하게 만들어 매력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으로 주가 급락을 막고, '주관사 책임제'를 시행해 증시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증권사들도 묻지마식 주관업무 경쟁과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2의 파두 사태 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전 있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조달 통로가 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마중물로서 제 역할을 공모주가 할 수 있도록 업계와 당국, 증권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서 공모주 불신의 시대가 아니라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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