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요소 있는 영업장은 무용지물
"사고 방지 차원 노키즈존 불가피"
일각 차별·혐오 조장 의견 여전
"보험 든다고 사고 안나나요. 당장 생기는 영업 지장은 보험으로 커버를 못해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한 카페 운영자 A씨의 말이다. 기자가 12일 가본 이 카페는 이끼로 덮인 산모양 구조물이 매장 중앙에서 2층까지 솟아 있었다. 2층에는 투명 유리로 된 난간이 이 구조물을 둘러쌌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2층은 아이들에겐 위험하다고 판단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은 사고에 대한 사후 대처방안이지 아이 사고를 예방해주지는 못한다"면서 "아이 사고로 인한 비용이 부담스러운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 식당과 카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들을 차별하는 영업이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겠다며 '웰컴키즈 안심보험'을 출시했지만 호응은 크지 않았다.
■ "위험한 공간, 보험이 무슨 소용"
경복궁 인근에서 또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아이 오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층을 '노키즈 존'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계단에 틈이 있어서 어른도 발이 빠질 수 있는데 아이는 몸이 그대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층에서 아이가 올라갔다가 난간에 매달려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면서 "보험이 있으면 사고 비용을 덜어주긴 하겠지만 저는 아동 사고 발생 확률을 '제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웰컴키즈 안심보험'을 최근 출시했다.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이유로 '안전사고 발생 시 과도한 배상 부담'을 꼽은 경우가 68%라고 답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를 근거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영업장에 위험요소가 있는 곳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할 때 보험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업장의 위험요소가 많지 않더라도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2층짜리 건물 전체를 이용하는 한 카페는 10살 이하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돌로 만든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계단, 바닥이 딱딱한 자재로 마감된 것 외에 아이들이 출입하지 않으면 안될 만한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서울 서촌의 한옥집을 개조한 한 일식집 역시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 외에 위험요소를 찾지 못했다. 이 매장들의 경우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 인권위 "아동 일률적 금지는 차별"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곳이 늘면서 차별 논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3세 이하 아동의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한 식당의 행위를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제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아이들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는 전국에서 54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을 고려해 노키즈존으로 제한하던 운영 방식을 바꾼 카페도 있었다. 서울 시청역 인근의 한 베이커리 카페는 지난달 매장을 두 배로 확장하면서 어린이 출입을 허용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현모씨(54)는 "매장이 작아 1인 1음료 주문을 원칙으로 했는데 아이를 데려오는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었다"면서 "위험요소도 많고 직원과 언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아이 출입을 제한했지만 지금은 매장을 확장하면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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