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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마진거래' 가장한 도박사이트 운영…20대 벌금 1000만원

환율 등락 예측해 베팅
실제 거래 없는 방식은 도박
"확정적 고의 없고 스스로 범행 중단"

'외환마진거래' 가장한 도박사이트 운영…20대 벌금 1000만원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파이낸셜뉴스] 가짜 외환(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 사이트를 차린 뒤 회원들에게 수수료를 받아챙긴 20대 남성 두 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백두선 판사)은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기소된 A(27), B씨(28)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A씨에게 1억여원, B씨에게 1억28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들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영국 파운드와 호주 달러의 매매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속인 사이트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총 3억여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이트는 참여자들이 호주 달러와 영국 파운드의 등락을 예측하는 방식의 도박을 운영하는 곳이다. 실제 FX 마진거래를 하지 않은 채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가장해 참여자를 모집했다.

1분, 2분, 5분 단위로 결과가 적중하면 베팅금의 2배를 지급하고 베팅금의 12%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결과를 맞추지 못하면 사이트 운영자가 베팅금을 가져간다.

FX 마진거래는 여러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면서 환율 변동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는 일종의 환차익 거래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업체를 통해서만 투자가 가능하다. 증거금 1만달러(약 1400만원)를 납입해야 거래할 수 있다. 이를 제외한 FX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A씨는 2019년 10월 사이트 본사와 지점 영업 계약서를 작성한 뒤 B씨와 수수료를 나누기로 공모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이 모집한 회원 수가 많아지자 2020년 3월부터 별도 지점을 개설해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B씨는 가짜 FX 거래가 도박에 해당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실제 마진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거래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대법원은 2015년 이러한 거래가 도박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며 "B씨가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박 사이트 개설·운영은 사행심을 조장하고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하시키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유사 거래사이트 운영자가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뒤 스스로 범행을 중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