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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시스템 개편·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티메프 자구안 제시

'배송완료 후+1일' 정산일 도입 등 방안 제시

정산시스템 개편·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티메프 자구안 제시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조속한 정산 및 환불 조치,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관련자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가 정산시스템 개편과 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 등의 방안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시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김호춘 양민호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3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회생절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협의회에서 티메프는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해 소비자 결제 금액이 회사를 거치치 않고 셀러에게 갈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산일은 물건 배송된지 하루 지난 후에 정산하거나 선정산 방식 등을 도입하겠다는 개선 방안을 내놨다. 법조계에선 채권단 피해 회복 여부에 따라 구영배 큐텐 대표 등을 포함한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송 후 1일' 정신일 도입하겠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티메프가 내놓은 자구안에는 정산시스템 개편 방안 등이 담겼다. 판매대금이 회사를 거치지 않고 셀러에게 직접 지급되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 커머스업계에서 가장 빠른 '배송완료 후+1일' 정산일 및 선정산 방식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과 임차료 등 경비 절감, 수익구조개선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소액 채권자 우선 변제 계획도 세웠다. 미정산 파트너에게 공통으로 일정금액을 우선 변제해 티몬 4만명, 위메프 6만명 등 총 10만명에 대한 채권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특수관계자에 대한 채무는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감자하는 변제안을 제시했다. 셀러 미정산 대금의 경우 분할변제 혹은 일정 비율 채권을 일시 변제한 뒤 출자전환하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자구안대로 두 회사가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할 경우 소비자들이 티몬이나 위메프 등을 통해 결제한 금액은 이론상 안전하게 보관된다. 소비자에게 서비스 혹은 재화가 도달하게 되면 에스크로 계좌에 있는 금액이 셀러에게 바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결제 취소 혹은 환불 과정에서 분쟁 소지가 줄어들 수 있다. '배송완료 후 + 1일' 정산일과 선정산 방식 도입 등은 사실상 정산 지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 상황에서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구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협의회에는 티몬·위메프 측과 채권자협의회, 정부기관 등이 참석했다. 채권자 측은 티몬에 대해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시몬느자산운용·한국문화진흥·카카오페이·온다, 위메프에 대해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한국문화진흥·교원투어·한샘이 각각 참석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중소벤처기업부·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부·공공기관과 판매업체 비상대책위원회 신정권 대표, 일부 판매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린도 자리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ARS 프로그램을 통해 합의점이 도출될 경우 법원이 강제하는 회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檢, 이르면 이번주 구영배 소환
정산 지연사태를 수사중인 검찰은 이번 주 구영배 큐텐 대표 등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구 대표를 소환해 고의성 등을 중심으로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담팀은 지난달 29일 꾸려진 뒤 3주만에 구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자료를 모았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포렌식을 진행하고 사건 관계자를 말단 직원부터 위로 올라가는 통상적인 형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1일 티메프 사무실 10곳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과 황준호 위메프 파트너성장지원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바 있다.

검찰은 사기 혐의와 관련해 구 대표가 약정을 이행할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진행했는지 등의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정산이 불가능한 자금 상태인 것을 알고도 판매자들과 약정을 이어 나간 것인지 여부가 사기 혐의에 있어 쟁점으로 부각될 예정이다.

검찰은 티메프 사태가 '폰지사기'에 해당하는지 등도 검토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전 순번 정산금을 가장 후순위에 들어온 판매대금으로 메꾼 것은 아닌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위메프의 상품권 판매나 선불충전금 티몬의 '티몬 캐시' 같은 프로모션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단기 현금 확보를 목적으로 사업을 강행했는지 등도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지난 7일 검찰에 출석하며 "구 대표가 위메프 인수 후 상품권 사업과 디지털·가전 사업 부문을 티몬에 넘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상품권 판매 등 현금 확보가 용이한 사업을 합쳐 그룹 차원으로 현금을 관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티메프의 기습적 회생신청이 사기 혐의 입증에 힘을 실어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구 대표가 사재 800억원 출연을 약속한 지 7시간만에 갑작스럽게 회생 절차를 신청한 의도를 의심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회생 신청은 변제의사가 있었느냐를 따져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며 "회생 신청만으로도 기업의 변제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실된다고 볼 수 있어 고의성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