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침묵
친한계 "실익 없다"... 명분쌓기 지적도
추경호·김상훈 반대에 부담 작용한듯
당분간 입장 표명 및 관련 일정 없이 침묵 이어갈 전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뉴스1
[파이낸셜뉴스]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을 공언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작 취임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눈길을 끈다. 원내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 입장이 확고한 만큼 설득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채상병 특검법부터 원내 설득이 어렵다면 한 대표는 원외 인사의 한계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에 말을 아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김건희 여사를 수사대상으로 적시한 세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1대 국회인 지난 5월과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7월 야당 주도로 발의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국민 의구심을 풀어드릴 여러 번의 기회를 아쉽게 실기했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한 대표는 제3자 추천안으로 판이 뒤집혔다며 실효성 있는 법안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와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제3자 추천안에 대해 입법 시기나 형태 등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비공개 오찬 후 취재진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안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취임 첫날 채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 변화 없이 원내 설득을 자신하던 한 대표의 발언과 상반된 모습이다.
친한(한동훈)계 의원들은 더 이상 채상병 특검법 제3자안이 실효성을 잃었다며 사실상 추진의사가 없음을 나타냈다. 친한계 핵심으로 분류된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채상병 사건에 대해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특검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말했다.
기존과는 다른 한 대표와 친한계의 움직임은 제3자 추천안을 강행할 동력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특검법이 정쟁용 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도 원내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한 대표는 당분간 채상병 특검 제3자 추천안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으며 숨고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건 등으로 사사건건 원내 반발을 불러일으킨 만큼 대립각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분간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공수처의 수사 결과와 민주당 사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관망하고 있다. 지금 제3자안을 제시할 경우, 추진 동력이 적을 뿐만 아니라 당내 저항도 거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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