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하늘길에 지자체 고심
군산·울산공항 등 노선 잇단 축소
여객수요 없고 조업비 늘어난 탓
손실보전금 주고 항공사 설득해도
낮은 탑승률에 운항중단 원상복귀
지난 5월 한산한 울산공항 여객청사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국 지역 항공사들이 경영난으로 노선을 축소하거나 운항을 중단하면서 가뜩이나 고립과 소멸을 우려하는 지방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3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전북도와 군산시에 '동절기부터 군산공항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사태와 경영난 등으로 중단했던 해당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 지 10개월 만이다. 군산공항 여객 수요 감소, 물가 상승에 따른 조업비 증가, 잦은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 중단 이유다.
지역발전 핵심 인프라인 항공 노선이 중단될 위기에 지역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다만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따라 운항을 중단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스타항공 군산~제주 노선 재취항 직후 착륙료 지원금 2억6200만원과 손실 보전금 2억5800만원 등을 지원했다. 올 연말 집행 예정이었던 제·방빙시설 운영 지원금 8600만원도 책정돼 있었다. 이 지원금은 항공사가 협력 업체를 통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전북도가 노선 유지를 위해 대화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양양군은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한 항공사 플라이강원 운항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플라이강원의 경우 1년2개월 만에 가전기업 위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수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법원 결정으로 지난해 양양군이 기업회생 직전 플라이강원에 지급한 운항장려과 손실금 20억원을 위닉스가 1년 이내 변제하기로 했다.
양양군 입장에선 지역 거점 항공사 기업회생 절차가 마무리되고, 재정지원금 회수까지 결정되면서 큰 시름을 덜게 된 셈이다.
위닉스는 전담팀을 꾸려 항공운항증명 재발급과 항공기 도입 등 비행기를 다시 띄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연말께 운항이 중단된 양양~제주 노선 취항이 재개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양공항은 지난 1년2개월간 정기노선 없이 전세기만 간헐적으로 뜨고 내렸다. 지난해 8월 많게는 편당 120만원을 지원하며 모셔온 저비용항공사가 일부 노선을 취항했지만 낮은 탑승률과 회사 내부 사정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울산공항도 위기다. 지난해 울산공항 이용객 수는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해외로 돌리면서 울산공항 취항 여객기가 줄어든 탓이다. 최근 진에어가 울산공항에 국내선 여객기 1편을 배정했지만 공항 활성화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 1970년 개항한 울산공항은 2000년대 초반 연간 여객수가 100만명을 웃돌 정도로 활성화됐다. 하지만 KTX울산역이 개통된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46만8000여명으로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영난으로 운항을 멈춘 하이에어 인수자를 찾는 일도 난항이다.
최근 하이에어 인수에 나섰던 컨소시엄이 깨지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 요원해지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민 편의와 인프라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하늘길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시장이 잘 형성돼 운항이 활성화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원금을 지급하고 공항과 항공사 등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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