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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진영도 베네수엘라 마두로에게 등 돌려 "재선거 해야"

남미 좌파 진영 브라질-콜롬비아, 같은 좌파 정부인 마두로에게 재선거 권해
마두로가 일단 물러나면 각종 사면 및 제재 해제 약속
美 역시 재선거 촉구, 마두로는 일축
베네수엘라 안정이 목표...민주주의 정상화 장담 못해

남미 좌파 진영도 베네수엘라 마두로에게 등 돌려 "재선거 해야"
지난해 5월 29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남미 정상회의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약 11년에 걸쳐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부를 이끌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웃한 다른 남미 좌파 국가들까지 나서 재선거를 촉구했다. 마두로는 재선거나 사임 모두 거부한다고 못을 박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마두로의 대선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그는 브라질과 세계에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 좌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룰라는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두로를 향해 “당신은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야당을 불러들여라. 지금 브라질 정부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설득했다.

룰라는 14일 또 다른 남미 좌파 정부 대표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베네수엘라 문제를 논의했다. 페트로는 15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은 전적으로 마두로에게 달려있다며 “베네수엘라 내부의 정치적 합의가 평화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선거와 과도 연립정부 수립, 국제적인 사면을 언급하며 마두로의 사임을 압박했다. 페트로는 마두로가 제대로 처신한단다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한다”고 약속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마두로의 마약 밀수 혐의 사면을 조건으로 대통령 사임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베네수엘라에서 대선을 다시 치르는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3년 베네수엘라 좌파 진영 대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마두로는 지난 2017년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뒤 2018년 재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는 마두로가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임시 대통령을 자체적으로 선출하며 마두로와 대립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28일 대선 이후 2차례 발표를 통해 마두로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최대 야당인 벤테 베네수엘라(VV)는 이에 항의하면서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집계한 대선 결과를 공개했다. VV는 대선 투표함 3만26개 가운데 2만4576개의 전산 자료 가운데 81.85%를 추출했다며 VV 대선 후보로 나섰던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67%의 득표율로 마두로(30%)를 꺾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아직도 구체적인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남미 좌파 진영도 베네수엘라 마두로에게 등 돌려 "재선거 해야"
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모여 지난달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에 항의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VV 발표 당일 성명을 내고 곤살레스가 이번 대선의 승리자라고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 메가날리시스는 13일 발표에서 지난 4~7일 베네수엘라 유권자 1076명을 대상으로 설문 결과 지난달 대선 승자가 마두로라고 보는 비율이 6.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가까운 페루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곤살레스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인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마두로 정부는 페루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파나마, 우루과이 역시 곤살레스를 승자로 인정했고 마두로의 승리를 지지한 국가는 러시아, 이란, 쿠바, 중국뿐이었다.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선 직후 마두로와 야권의 화합을 강조했으나 이번주 들어 더 이상 해당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15일 국영방송을 통해 “바이든이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주의적인 의견을 냈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이 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재선거 제안에도 “우리는 공개적으로 떠드는 외교를 하지 않는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라이언 버그 미주 프로그램 국장은 남미 좌파 진영의 반응에 대해 “안정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안정이 민주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 좌파 국가들이 베네수엘라에 안정으로 난민 유입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면, 또 다른 독재를 용인할 수 도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