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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중고 사기, 매년 1000억 넘고, 수법은 치밀하지만....처벌은 솜방망이

2023년 피해액 1373억원, 발생건수 7만8320건
기업형 중고거래 사기, 제3자 사기 등 수법도 등장


진화하는 중고 사기, 매년 1000억 넘고, 수법은 치밀하지만....처벌은 솜방망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뱅크 김□□'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다가 실제 물건을 받지 못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100여명에 이르자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7월 계좌 소유주 김씨를 입건했다. 피해자들은 손실의 회복을 기대했지만 쉽지 않았다. 김씨는 돈을 받고 단순 계좌만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후 일당은 김씨 계좌 등을 이용해 중고물품 거래에서 유명 포털사이트 결제창과 유사하게 만든 가짜 결제창을 보낸 뒤 계좌 송금을 유도하고 환불을 요구하면 추가로 돈을 뜯는 수법까지 사용했다.


최근 5년 중고사기 피해 규모
(단위=건/원)
발생건수 피해액
2019년 8만9797 833억9000만
2020년 12만3168 897억5400만
2021년 8만4107 2573억9300만
2022년 7만9052 1131억100만
2023년 7만8320 1373억300만
(자료=경찰청)

중고거래 사기가 갈수록 늘고 수범까지 교묘해지면서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액만 연간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기업형 중고 사기까지 등장해 수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솜방망 처벌이라는 지적 역시 여전하다.

■'기업형 범죄'된 중고거래 사기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1373억300만원, 발생 건수는 7만832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까지 연 900억원을 넘지 않던 피해액은 지난 2021년 2573억9300만원(8만4107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에도 매년 1000억원 이상 나오고 있다. 패해 건수도 해마다 8만건에 육박한다.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사기 피해 공유 정보 사이트 '더치트'가 집계한 지난해 피해 신고는 31만2169건에 금액은 2597억8240만원으로 경찰 통계의 2배 이상이었다.

피해 건수는 줄고 있는 반면 피해액은 늘고 있는 부분도 특징적이다. 이른바 '기업형 중고거래 사기' 기승의 방증이라는 평가다.

경찰서 사이버수사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역할을 계좌 확보, 사기 실행, 자금 세탁 등으로 나누며 중고사기를 전문적으로 치는 기업형 범죄가 몇 년 전부터 크게 늘고 있다"며 "대포폰·대포통장 등을 활용하고 해외에 거점을 둔 탓에 추적이나 검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상품권 거래 등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피해자로 만드는 '제3자 사기’ 수법도 등장했다. 일단 사기꾼이 판매자에게 상품권을 살 것처럼 연락해 물품 사진과 계좌번호를 받고 동시에 이 물품을 파는 것처럼 허위 게시글을 올린다. 이후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좌에 입금하게 만든 뒤, 중간에서 상품권 바코드 번호를 받아 챙기는 방식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책도 미흡

이처럼 중고거래 사기가 활개를 치고 수법도 교묘해지는 배경에는 법원의 약한 처벌 수위가 거론된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중고거래 사기의 경우)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 초범은 집행유예를 받거나 6개월 미만 형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13일 사기 범죄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강화된 양형 기준안을 새로 마련했지만, '대규모·조직적'이라는 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피해액 5억원 미만이면 일반 사기든, 조직적 사기든 기존 기준에서 변동이 없다.

피해 회복도 녹록지 않다.
전체 피해 규모는 크더라도, 피해자 개개인으로 보면 소액에 그치고 수사나 검거 속도도 느려 피해 회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금융 사기 등에 비해 중고사기의 피해 규모가 작다 보니 현장에서 관련 수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변호사는 "개인 간의 거래를 이용할 시 꼼꼼한 확인과 안전결제 등 제도를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