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취임 1년을 맞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민간 경제외교와 회원사 소통 확대 등 대내외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도약을 위한 성과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4대 그룹 회비 납부를 둘러싸고 다시 불거진 '정경 유착' 논란은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은 오는 22일 한경협 회장 취임 1년을 맞는다. 별도의 취임 1주년 메시지 없이 조용히 기업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작년 취임식에서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식 전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55년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전신인 한경협으로 기관명을 변경했다. '국정농단' 꼬리표를 떼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류 회장은 가장 먼저 경제 외교를 통한 '한국형 싱크탱크' 도약을 추진했다. 취임 한 달 뒤인 작년 9월 첫 공식 국제행사인 '폴란드 크리니차 포럼'에 민간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 재건과 방산·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올해 1월에는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양국 스타트업 육성 협력 강화 △한·미·일 3국 간 경제협력체 신설 △한국의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워싱턴 DC를 찾아 코리아 코커스(상·하원 지한파 모임) 소속 의원 면담, 피터슨 연구소, 미국 대기업 협의체(BRT) 등을 방문하며 한국 경제계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내적으로는 잃었던 신뢰 회복을 위한 회원사와의 소통과 서비스 강화에 주력했다. 특히 '4대 그룹 복귀'는 류 회장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 흡수통합을 계기로 한경협에 복귀한 4대 그룹은 최근 현대차가 처음으로 회비를 납부하며 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었다. SK와 LG그룹도 회비 납부를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 이후 회비를 납부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더 이른 결정"이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통으로 알려진 류 회장의 네트워크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적한 '정경유착 단절'은 숙제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달 22일 "정경유착 인적 쇄신에 의문"이라며 삼성의 회비 납부 결정을 보류했다.
재계에서는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대행이 여전히 상근 고문직을 유지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최근 광복절을 계기로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출연도 민감 이슈다. 과거 미르재단 기금 사태의 그림자를 떨쳐낼 방안이 없고, 국민 여론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한경협에서 월급과 활동비, 차량 지원 등을 받으며 상근 고문으로 남았다는 점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며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강한 쇄신을 추진해 한경협이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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