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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서 밀려나는 외국 자동차...떠나지도 못해 '진퇴양난'

中 지난달 외제차 점유율 33%, 2년 전 50% 넘었지만 급감
저렴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 약진에 점유율 잃고 수익성 나빠져
공급망과 소비자 때문에 中 사업 접기는 어려워

中에서 밀려나는 외국 자동차...떠나지도 못해 '진퇴양난'
지난 5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객들이 중국 샤오미가 출시한 전기차 'SU7'을 구경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약 10년 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던 외국 브랜드들이 현지 경쟁 업체의 맹추격에 밀려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고 합작사 구축 및 막대한 투자를 퍼부었던 해외 기업들은 쉽사리 중국을 떠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중국자동차시장정보연석회(CPCA) 통계를 인용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지난 2년 사이 외국 브랜드 점유율이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2월 기준 외국 브랜드 점유율은 56.6%에 달했으나 같은해 7월에 50.2%까지 추락하더니 올해 7월에는 약 33%에 그쳤다. 독일, 일본, 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각각 17.6%, 12.9%, 5.8%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p, 3%p, 1.9%p 떨어진 숫자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1984년에 해외 자동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사를 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폭스바겐은 SAIC 뿐만 아니라 현지 디이자동차(FAW)와 합작사를 추가로 세우면서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였으나 지난 3월에 2위로 밀려났다. 이어 지난 2·4분기에 합작사에서 1억9000만유로(약 2836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이는 합작사 지분 수익 집계에서 15년만에 첫 적자였다.

WSJ를 비롯한 외신들은 중국의 전기차 전환과 저렴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추격, 치열한 가격 경쟁이 외국 브랜드의 입지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월간 중국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51.1%였다. 이는 사상 최초 과반이었다. 전체 신차 판매량 1위는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였다. 다국적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내 평균 자동차 가격은 저렴한 신생 전기차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지난 6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보다 최소 6% 내렸다.

SAIC와 합작사 상하이GM을 운영하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7년만 해도 중국 판매량이 400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210만대로 급감하면서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13일 보도에서 GM이 조만간 SAIC와 접촉해 연구 개발 부서를 포함한 중국 관련 부서의 인원 감축 및 생산량 축소 등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WSJ는 외국 브랜드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슈와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가볍게 떠나기는 어렵다”며 “단순 사업 철수를 넘어 중국 공급자와 소비자의 영향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전동화를 서두르는 다국적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전기차 생산 및 소비의 중심지인 중국을 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자동차 및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에도 세계 1위였다.

앞서 다국적 자동차기업 스텔란티스는 2022년에 중국 공장을 닫았지만, 다음해 중국 전기차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링파오의 지분 21%를 16억달러(약 2조1672억원)에 매입하면서 합작기업을 세웠다. 양사의 합작 기업은 오는 9월부터 유럽 9개국에 전기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