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불법사금융 수법
작년 피해신고 건수 26% 늘어
수수료 수취 3배·유사수신 54%↑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서민들의 궁핍한 생활을 악용해 서민금융상품 대환대출 중개를 빙자해 수수료를 받아 가거나 유명인을 사칭해 투자를 유도하는 등 사기수법이 고도화됐다는 분석이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대출 사이트에서 대출받은 A씨는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밤낮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단기대출이 필요했던 A씨는 대출사이트에 대출문의 게시글을 올리고 불법대부업자 B씨 연락이 오자 지인 연락처,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아버지가 계신 요양병원 정보 등을 보내고 일주일 후 40만원 상환조건으로 2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약속된 일주일 후 상환이 어려워 양해를 구했으나 B씨는 대출 당시 제공한 모든 연락처로 채무자가 차용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전송하는 등 대부 사실을 유포했다. 여기에 대출 당시 제공한 지인 연락처 600여개로 채무 사실을 통보하고 밤늦게까지 추심 연락을 하는 등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집과 사업장으로 주문하지 않은 배달을 후결제로 보내고 사업장 주변 가게에 전화해 욕설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C씨도 거액의 피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대신 실행해 준다는 연락에 고령자였던 C씨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전산 작업비로 50만원을 송금했으나 실제 대출이 되지 않았고 수수료 반환을 요구했지만 본인 통장은 대포통장이라 추적이 어려울 것이라며 중개인이 잠적해버렸다.
경제학 박사·유명인 등을 사칭해 고수익 투자를 홍보하는 유사수신 피해사례도 잇달았다. D씨는 유튜브에서 경제학 박사가 '신재생에너지 업체 투자로 위험 없이 월 20%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접하고 상담을 받았다. D씨는 甲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업장등록증, 정부 표창장, 특허증을 보고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이라고 믿었다. 이에 甲업체에서 투자약정서상 원금보장 약정을 받고 1000만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자가 잠적했다.
디지털 금융이 발달하며 이 같은 피해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건수는 2023년 1만3751건으로 전년(1만913건) 대비 26.0% 늘었다.
구체적으로 불법사금융 관련이 1만2884건으로 전년 대비 24.5% 늘었는데 유형별로는 불법대출 중개수수료를 수취한 사례가 전년(206건)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사수신 피해 신고는 같은 기간 54.0% 급증했다. 특히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총 6232건이 접수돼 1~5월 기준 지난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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