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후 상승세 이어가는 해리스
"민주당내 분위기 '오바마 귀환' 수준"
진보 성향 러닝메이트 월즈 발탁에도
부동층 반감 표출 안돼… 경합주 우세
대세론 흔들리는 트럼프
대선 우승 확률은 높지만 지지율 고전중
캠프 측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비판만
참전용사 무공훈장 폄하까지 막말 거듭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지난 7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 귀에 총격을 당한 직후 치러진 공화당 전당대회는 마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압승할 것 같았다. 하지만 9일 후인 7월 2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를 대신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한 해리스 부통령이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7월말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의 향방은 9월 미국 동부시간 기준 10일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열리는 TV토론회 후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7월말부터 해리스 우위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상승세가 일시적인 '허니문' 효과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7월말 부터 공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계속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직후 실시됐던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2%p 가량 지지율이 낮았다. 하지만 7월말 전세를 역전한 후 가장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까지 꾸준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서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승리를 결정지을 경합주(스윙스테이트) 여론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진보 성향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선택하면서 부동층의 반감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와 관련, "민주당의 분위기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람을 일으켰던 지난 2008년 대선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중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캠프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정책으로 승부수 띄웠다
해리스 부통령이 여론 조사에서 오차 범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올해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분야와 이민 분야에서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리스크다.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자신이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첫 번째 정책 공약을 경제 분야로 선택한 이유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해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공개했다.
이날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약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집중했다. 중산층 살리기 경제 정책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전성을 진전시키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 생필품에 소비세를 부과하고자 한다"고 비난하며 "이는 생필품 가격을 한층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신규 주택 구입 지원 구상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프로젝트 2025'를 비교하며 자신의 정책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측은 미국의 주택 대출에 연간 1200달러의 이자를 추가한다"고 지적했고 세제 혜택과 관련해서도 "그는 대기업과 억만장자들을 위해서만 감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해리스에 정책에 대해 베네수엘라나 쿠바와 같은 권위주의적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정책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선대위 브라이언 휴는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은 역사적으로 가장 사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정책 묻히고, 막말 계속 하는 트럼프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격을 해야 하지만 그가 과격한 발언을 계속 하고 있는데다 민주당이 '프로젝트 2025'를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다.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경제 정책과 비교한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공식 정책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정책 마가노믹스(MAGAnomics)에서 여러가지 경제 정책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힐 정도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프로젝트 2025'에는 경제를 비롯해 외교 통상, 이민, 낙태, 외교, 안보 정책 등이 망라된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정책 권고안이 담겼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만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일했던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참여했다. 때문에 전부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2025'의 많은 정책 제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과 그의 선거 운동 과정에서 보였던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 긋기에도 '프로젝트 202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막말도 계속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 악재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참전 용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후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의 한 행사에서 민간인이 받는 최고 영예의 훈장이 부상하거나 전사한 군인이 받는 최고 무공 훈장보다 낫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국의 참전 용사들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수습에 나섰다.
밴스 의원은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은 사람을 칭찬하고 그에 대해 좋은 말을 하는 것이 무공 훈장을 받은 이들을 폄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한 상태다. 이와 관련,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간인 훈장을 최고 무공 훈장과 비교한 발언 때문에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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