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국제부장 경제부문장
불과 한달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패배할 것을 알고서도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출사표를 던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결정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얘기다.
19일부터 22일까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는 이미 축제 분위기다. 이전부터 민주당색인 '블루'가 강한 지역이긴 했지만 최근 선거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가며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핵심 경합지역인 애리조나와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선벨트'에서도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리스가 조지아주에서만 밀릴 뿐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던 한달 전과는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부통령 후보에 대한 호감도에서도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에 대한 지지율은 39%로, 공화당 J D 밴스 후보에 대한 지지율 32%에 비해 7%p 앞서고 있다.
대선에 대한 기대는 상원 및 주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도 공화당 후보들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11월을 바라보는 민주당원의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22일에는 분위기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리스 열풍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는 민주당원도 있을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이다. 대선후보 사퇴라는 용기 있는 결단에 대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속마음은 그리 편치 않을 것 같다.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 민주당의 중심은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가고, 당의 활동도 11월 대선 시계에 맞춰진다. 이번 전당대회는 해리스를 위한 대관식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50년 정치인생을 정리하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물고 있다. 캠프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거나 외국 정상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로 초청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찾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19일 발표할 전당대회 연설문을 작성하고 있다. 연설문의 주된 내용은 대선 주자가 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다.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지지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바로 전당대회장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도록 자리를 피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쩌면 캠프데이비드에서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일정을 보내는 바이든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대승적 차원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자부심이 클지, 아니면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역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더 클지 모르겠다. 어쩌면 수십년간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으로 믿었던 지지자이자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역사상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사퇴한 첫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클 수도 있다.
이르기는 하지만 생성형 AI에 바이든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경험과 안정성을 갖춘 지도자. 분열된 시대에 협치와 회복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도전과 한계 속에서 다양한 성과와 논란을 남긴 인물.'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kks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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