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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했던 국민참여재판…대법 판결로 활성화될까

대법, "만장일치 무죄 평결 쉽게 뒤바꿔선 안돼"
국민참여재판 시행 이후 누적 신청률 3.9%
법조계, "국민참여재판 결론에 보다 힘 실릴 것"


저조했던 국민참여재판…대법 판결로 활성화될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판단을 상급심에서 쉽게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그동안 저조했던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판단으로 형사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지 무색 국민참여재판...신청률 3.9%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 무죄 평결이 나오고, 1심 법원이 이를 토대로 무죄로 판단한 경우, 항소심이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결론을 바꾸는 것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항소심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국민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판단을 상급심에서 쉽게 뒤집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그동안 외면받아 온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돼 온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법 감정을 현실 재판에 반영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시행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참여재판 누적 대상사건은 24만833건이다. 이 가운데 피고인 등의 신청으로 접수된 국민참여재판 사건은 9439건으로 신청률은 3.9%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중에 재판이 노출되고 단일 재판으로 피로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신청률 저조의 원인으로 꼽는다.

2008~2022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의 90.7%는 하루 만에 끝났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통상 배심원들의 생업을 고려해 여러 차례 재판 기일을 잡지 않고 하루 만에 집중심리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18시 이전에 국민참여재판이 종료된 경우는 21.5%에 그쳤다. 국민참여재판의 80% 가까이는 퇴근 시간 이후까지 진행됐다. 일반 국민인 배심원을 상대로 사건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만큼, 재판부는 물론 검사와 변호인의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인식이 법조인 전반에 걸쳐 퍼져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 중 변호인의 미권유가 90% 이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판사, 검사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수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답변도 30% 이상에 달했다.

법조인 전반이 부담감..."대법 판결 의미 커"
법무법인 법승의 안성훈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하급심에서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의 결론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며 “형사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전략적 중요도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사실 여러 날에 걸쳐서 해야 하는 재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경우 배심원들의 부담을 고려해 가급적 하루에 몰아서 끝내기 때문에 국민참여 재판 운영 자체에 부담감이 큰 편은 맞다”며 “실무에서는 피고인들이 원해도 법관들이 국민참여재판 접수를 안 받아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더라도 재판부가 이를 배제하는 사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2008~2022년 접수된 국민참여재판 사건은 9439건이지만, 그 중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사건은 2894건으로 31.3%에 그쳤다.
피고인 3명 중 2명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음에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등을 고려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재판부가 부담된다며 이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결론을 떠나 절차에 의의가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국민의 법 감정 반영은 물론, 피고인과 변호인의 입장에서도 법관의 집중심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