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내수 위해 인하압박 거세
급등세를 이어가는 부동산이 문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비교 /사진=뉴시스
내수침체 장기화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미국도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처럼 돼 있고 물가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여 인하 여건은 충분하다. 22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와 동결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첫번째 요인은 물가다. 최근 물가 흐름을 보면 2%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인하를 위한 환경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본다. 한은 이창용 총재도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고 언급하면서 다만 시점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수출만 잘될 뿐 내수는 침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에 몰려 있고, 대기업도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불황에 빠진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는 것이 맞는다.
재정투입 여력도 바닥나 정부로서는 내수진작을 위한 뾰족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올 상반기 나라살림은 103조4000억원 적자다. 상반기 기준으로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적자가 크다.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집행할 재정의 상당 부분을 상반기에 쏟아부어 하반기에 활용할 재원도 넉넉지 않다. 이래저래 내수에 동원할 카드는 기준금리밖에 없어 보인다.
금리를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물가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지만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복합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해소되지 않는 중동 위기는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언제든지 치솟게 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농산물 가격 앙등은 올해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그보다 앞서 더 큰 문제는 정부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급등세를 이어가는 수도권 집값이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데도 가계부채는 이달 들어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동결 기조에서 인하로 전환하는 건 대세론이다. 그러나 여러 여건들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금리 방향을 좇지 않을 수 없겠지만 우리와 미국의 사정이 같을 수는 없다. 물가도 완전한 안정권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
금리인하가 실제로 내수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다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자칫 경기부양이라는 순기능보다 부동산 가격 자극이라는 역기능만 나타나지 않을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내수진작보다 현재로서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불황에서 탈출할 전가의 보도인 양 호들갑을 떨 때도 지금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행보를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연준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해도 서두르지 말고 우리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위기론에 휩쓸린 부화뇌동을 경계해야 할 때다.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만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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