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韓 경쟁력 강화' 모임 출범
韓·李 회동, 민생 문제 결실 기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사진=뉴시스
여야 경제통 의원들이 연구단체를 만들어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창립행사를 가졌다.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임'이라고 이름 짓고 첫 활동으로 첨단산업 국가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첨단산업 기술지원에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머뭇대면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첨단산업 육성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여야가 제각각 목소리만 높였지 실질적인 지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서 가로막힌 법안도 한둘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여야 의원들이 합심해 발전적 방안을 논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 나아가 주장과 선언으로 끝내지 말고 입법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앞장서서 협치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경제계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정책 지원과 관련,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많이 있었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그에 부응하는 세액공제를 해주고 반도체 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력 부족, 전력난 문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패권도 없다. AI 산업에 필수인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세계가 전력설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력 생산뿐 아니라 전력망 확충도 시급한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국회다.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산업을 뒷받침해줘야 하는 것이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여야가 나뉘어 정치활동은 따로 할 수 있겠지만 첨단산업 기술은 국민 행복과 국익 차원에서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당한 말이다. 첨단기술 지원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은 첨단기술뿐만이 아니다. 6개월째 계속된 의료공백 사태, 한시가 급한 연금개혁, 다시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영끌' 문제 등 함께 풀어야 할 민생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원전 가동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선 고준위방폐장 건설도 시급하고, 의료대란 장기화 국면에서 진료지원간호사(PA)를 법제화한 간호법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시급한 민생현안이 여야 정쟁에 가로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는 25일 회동은 이런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대표가 의제를 가지고 머리를 맞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야당의 입법폭주와 대통령 거부권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민생과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적극 협의하겠다"며 먼저 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도 적극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채상병 특검법' 등 정치사안에 매몰돼 입씨름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먹고사는 문제를 내세우고 있는 이 대표와 격차 해소를 강조하는 한 대표가 손잡을 수 있는 정책이 적지 않다. 어렵게 열린 여야 대화의 문이 이번에는 결실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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